Chapter 8

8.1. 저출산을 초래할 정도로 교육비가 증가하고 있는가

교육비와 교육경쟁은 출산 이후에야 나타나는 비용이 아니라, 출산을 결정하기 전부터 부모가 예상하는 장기 위험이다.

저출산을 초래할 정도로 교육비가 증가하고 있는가

저출산을 설명할 때 교육비는 언제나 등장한다. 그런데 이 말을 너무 쉽게 쓰면 중요한 점을 놓친다. 부모가 출산을 고민할 때 계산하는 것은 올해 학원비가 얼마인가만이 아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학 입시까지 이어질 교육경쟁, 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계속 지출해야 한다는 압박, 아이가 둘이면 그 비용이 거의 두 배가 된다는 예상이 함께 움직인다.

사교육비를 보려면 세 가지를 함께 놓아야 한다.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그리고 사교육 참여율이다. 총액만 보면 학생 수 감소의 영향을 받는다. 1인당 비용만 보면 전체 가계 부담의 규모를 놓칠 수 있다. 참여율을 함께 보아야 사교육이 일부 가구의 선택인지, 다수 가구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생활 규칙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참여율

CSV 다운로드
출처: KOSIS DT_1PE003 학교급별 사교육비 총액, DT_1PE201 학교급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DT_1PE301 학교급별 사교육 참여율, 국가데이터처·교육부 초중고사교육비조사

사교육비 총액은 억원 단위를 조원으로 환산했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체학생 기준 만원이다. 2017년부터 진로·진학 학습상담 비용이 포함되며 2017년 자료가 소급 보정되었다.

2007년 이후의 흐름은 단순하지 않다. 사교육비 총액은 한때 정체하거나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2020년대 들어 다시 커졌다. 2025년에는 국가데이터처와 교육부 발표 기준으로 총액이 27.5조원으로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이것을 교육비 문제가 사라졌다는 신호로 읽기는 어렵다. 같은 발표에서 전체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5.8만원이고, 참여학생 기준으로는 60.4만원이다. 참여율이 2025년에 75.7%로 낮아졌더라도 초중고 학생 네 명 중 세 명 이상이 사교육에 참여하는 구조는 여전히 강하다.

더 눈여겨볼 것은 장기 추세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동안 1인당 사교육비는 낮아지지 않았다. 한국의 교육경쟁이 “아이 수가 줄면 자연스럽게 완화되는 경쟁”이 아니라는 뜻이다. 경쟁의 자리가 줄면 비용도 줄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적은 아이에게 더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이 나타날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 한 명을 더 낳는다는 것은 단순히 식비와 의복비가 늘어난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높은 수준으로 굳어진 교육투자 관행에 한 명을 더 편입시킨다는 뜻이 된다.

교육비와 저출산의 관계는 기계적 인과관계로 말하기 어렵다. 사교육비가 몇 만원 오르면 출산율이 몇 포인트 내려간다는 식의 설명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그러나 교육비가 출산 결정의 예상 비용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출산정책이 현금지원에 머물면 이 장기 비용을 건드리기 어렵다. 부모가 두려워하는 것은 출생 첫해의 비용만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는 15년 이상 동안 반복될 교육경쟁의 비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