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5.7. 남성이 육아를 담당하지 않는다?
출산 결정은 어느 날 갑자기 내려지는 선택이 아니라 독립, 주거, 혼인, 임신·출산, 돌봄 복귀가 이어지는 생활시간표 위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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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육아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더 이상 그대로 맞지 않다
한국의 저출산을 설명할 때 오래 반복된 문장이 있다. 아이를 낳아도 돌봄은 결국 여성에게 돌아간다는 말이다. 이 문장은 여전히 현실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 그러나 최근의 육아휴직 통계를 보면 변화도 분명하다. 남성이 육아를 전혀 담당하지 않는 사회에서, 남성이 육아휴직 제도 안으로 빠르게 들어오는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e-나라지표 150401의 고용보험 DB 자료를 보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2017년 9만122명에서 2025년 18만4329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여성 수급자는 같은 기간 7만8080명에서 11만7129명으로 50.0% 증가했지만, 남성 수급자는 1만2042명에서 6만7200명으로 458.0% 증가했다. 그 결과 남성 비중은 2017년 13.4%에서 2025년 36.5%까지 올라왔다.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수와 남성 비중
CSV 다운로드육아휴직급여 초회수급자 수를 성별로 나누고 남성 비중을 계산했다. 2025년 값은 e-나라지표 제공 최신값이다.
이 변화는 태도의 변화와 제도의 변화가 함께 만든 결과다. 2014년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 2020년 부부 동시 육아휴직 허용, 2022년 부모 모두 육아휴직 사용 시 초기 급여를 높이는 제도 개편은 남성에게 ‘쉴 수 있는 권리’를 조금씩 현실화했다. 동시에 젊은 세대의 부부 관계에서는 돌봄을 여성의 일로만 보는 규범이 약해지고 있다. 통계는 이 문화적 변화를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남성의 제도 이용이 예외에서 흐름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산전후휴가급여 수급자도 함께 봐야 한다. 출산전후휴가급여 초회수급자는 2017년 8만1083명에서 2021년 7만275명까지 낮아졌다가 2025년 8만9574명으로 다시 늘었다. 같은 기간 지원금액은 2426억원에서 4101억원으로 증가했고, 1인당 지원금액은 299만원에서 458만원으로 높아졌다. 출산 자체가 줄어드는 시대에도 제도 단가는 커지고 있으며, 고용보험 안에 들어온 출산·육아 지원의 재정적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출산전후휴가급여 수급자와 지원금액
CSV 다운로드출산전후휴가급여 초회수급자 수와 지원금액, 1인당 지원금액을 계산했다. 지원금액 단위는 백만원이며 1인당 금액은 백만원/명이다.
이 비용을 고용보험이 계속 감당할 수 있는가
출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는 모두 고용보험을 통해 지급된다. 제도 설계상 고용보험은 실업, 고용불안, 직업능력개발처럼 노동시장 위험을 사회적으로 분산하기 위한 장치다. 출산과 육아로 일을 쉬어야 하는 위험도 노동자의 소득 중단 위험이라는 점에서는 고용보험이 맡을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저출산 대응은 노동시장 위험을 넘어 사회 전체의 재생산 조건을 다루는 정책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재원 논의가 필요해진다.
모성보호성 급여 지출 압력: 출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
CSV 다운로드출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 지원금액을 조원 단위로 환산했다. 두 항목은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한 출산·육아기 소득보전 지출의 핵심 항목이다.
2017년 출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 지원금액을 합치면 약 0.92조원이었다. 2025년에는 약 4.04조원으로 커진다. 증가의 대부분은 육아휴직급여에서 나온다. 출산전후휴가급여는 2017년 0.24조원에서 2025년 0.41조원으로 늘었지만, 육아휴직급여는 같은 기간 0.68조원에서 3.63조원으로 커졌다. 남성 육아휴직 확대와 급여 수준 상향은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변화지만, 그만큼 고용보험기금의 지출 압력도 빠르게 커진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은 재정 지속가능성이다. 고용보험기금은 경기침체 때 실업급여 지출이 늘고, 고용유지지원과 직업훈련 지출도 함께 부담한다. 여기에 출산·육아 관련 급여가 구조적으로 커지면 기금은 경기변동 대응 기능과 가족정책 기능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고용노동부도 2026년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 토론회에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원확보 방안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저출산 대응을 강화할수록 지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므로, 보험료 인상, 일반회계 전입 확대, 별도 계정화 같은 재원 조합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두 번째 질문은 적절성이다. 출산과 돌봄은 특정 사업장이나 특정 가입자의 사적 위험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다음 세대를 재생산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그 비용을 고용보험 가입자와 사업주가 주로 부담하는 구조가 적절한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앞에서 보듯 비정규직 미가입자와 비임금근로자는 고용보험 기반 급여에 접근하기 어렵다. 혜택은 고용보험 안의 안정적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비용은 고용보험 가입자와 사업주가 부담한다면 저출산 정책은 보편적 가족정책이라기보다 고용보험 안의 노동자 복지로 좁아질 수 있다.
따라서 해법은 고용보험에서 모두 빼자는 단순한 결론이 아니다. 출산·육아로 인한 소득 중단 보장은 고용보험의 역할로 남길 수 있다. 다만 저출산 대응이라는 사회 전체의 목적이 강한 부분, 특히 급여 수준 확대와 사각지대 보완, 자영업자·플랫폼 노동자 지원은 일반재정이 더 많이 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고용보험은 노동자의 소득 중단을 보전하고, 일반회계는 다음 세대를 키우는 사회적 비용을 분담하는 식의 재원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제 같은 지출을 수급자 기준 환산액으로 다시 보면 제도의 성격이 더 잘 보인다. 육아휴직급여 지원금액을 육아휴직급여 초회수급자 수로 나눈 환산액은 2017년 755만원에서 2025년 1969만원으로 올랐다. 남성은 2017년 513만원에서 2025년 1599만원으로 늘었고, 여성은 792만원에서 2181만원으로 늘었다.
성별 육아휴직급여 초회수급자 기준 환산액
CSV 다운로드육아휴직급여 지원금액을 육아휴직급여 초회수급자 수로 나누어 전체, 여성근로자, 남성근로자의 환산액을 계산했다. 단위는 백만원/초회수급자이며, 개인별 실제 평균 수령액과는 구분해 읽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값을 개인별 실제 평균 수령액으로 단정하지 않는 일이다. 원표의 수급자 수는 ‘초회수급자 수’이고, 지원금액은 해당 연도 육아휴직급여 지원금액이다. 따라서 이 계산은 정확히 말하면 ‘연간 지원금액을 초회수급자 수로 나눈 환산액’이다. 그럼에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해석할 만하다. 남성 수급자가 빠르게 늘었는데도 남성 환산액이 여성보다 낮다면,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더 짧게, 더 제한적으로 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여성의 환산액이 높은 것은 여성이 더 많은 돌봄 시간을 실제로 떠안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이 자료는 고용보험 DB에 잡히는 제도 이용자를 보여준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육아휴직 통계는 임금노동자 내부의 변화를 잘 보여주지만,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고용보험 밖의 불안정 노동자는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다. 따라서 남성 육아휴직이 늘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변화이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부모가 아이를 돌볼 시간을 얻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제도의 중심이 정규직 임금노동자에게 먼저 열리고, 취약한 일자리에는 늦게 도달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제도를 쓸 수 있는 노동자와 쓸 수 없는 노동자의 격차는 줄었는가
이 질문은 반드시 따로 물어야 한다. 육아휴직자 수가 늘었다는 사실은 제도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이 곧 모든 부모에게 제도가 가까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육아휴직급여는 기본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임금노동자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그러므로 제도 접근성을 보려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수와 함께, 노동시장 안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와 비임금근로자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같이 보아야 한다.
2025년 8월 국가데이터처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856만 8천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8.2%다.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53.7%에 그친다. 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 91.8%와 비교하면 38.1%포인트 차이가 난다. 여기에 같은 시점 비임금근로자 655만 4천 명을 더하면, 육아휴직급여 통계가 포착하지 못하거나 포착하기 어려운 노동시장의 바깥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육아휴직 제도 접근성의 노동시장 격차(2025년 8월 기준)
CSV 다운로드정규직·비정규직 규모와 고용보험 가입률, 비임금근로자 규모를 결합한 접근성 점검표다. 전체 노동자를 기준으로 한 근사치이며, 실제 육아휴직 대상 부모 규모와는 다르다.
2025년 8월의 노동시장 구조를 육아휴직 접근성의 관점에서 다시 배열하면 제도의 경계가 보인다. 정규직 근로자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약 1,271만 명으로 추정된다. 반면 비정규직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약 460만 명, 미가입자는 약 397만 명이다. 비임금근로자는 655만 명 규모다. 이 값은 실제 육아휴직 대상 부모 수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를 기준으로 한 접근성 점검표다. 그럼에도 메시지는 분명하다. 육아휴직 제도가 커졌지만, 그 제도에 가장 쉽게 닿는 사람은 여전히 안정적 임금노동자다.
정규직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단순히 모두 사각지대로 볼 수는 없다.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처럼 고용보험이 아니라 별도 제도로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집단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미가입자와 비임금근로자의 문제는 다르다. 이들은 고용보험 기반 육아휴직급여의 표준 경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제도상 권리가 있어도 고용불안과 소득불안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격차가 줄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반쪽짜리다. 고용보험 안에서는 격차가 줄고 있다. 남성 수급자가 빠르게 늘고, 급여 수준도 높아졌으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사업주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고용보험 밖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여전히 크다. 2025년에도 비정규직의 절반 가까이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는 표준적인 임금노동자 육아휴직 제도와 다른 세계에 있다. 저출산 정책이 “아이를 낳아도 일을 잃지 않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면, 다음 과제는 이용자 수 확대가 아니라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노동자의 시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이다.
그러므로 남성의 육아 태도 변화는 두 겹으로 읽어야 한다. 하나는 규범의 변화다. 아버지가 아이 돌봄에서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문화는 약해지고 있다. 다른 하나는 제도 이용의 불평등이다. 남성 육아휴직이 늘어도 회사에서 눈치를 보거나 승진·평가 불이익을 걱정한다면 실제 사용은 특정 직장과 계층에 집중된다. 숫자가 커졌다는 사실은 출발점이고, 누가 오래 쓸 수 있는지가 다음 질문이다.
하지만 제도 이용만으로 남성의 실제 돌봄 참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생활시간조사를 함께 보아야 한다.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서 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구의 남편은 하루 돌보기 시간이 2019년 1시간 2분에서 2024년 1시간 28분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아내도 3시간 13분에서 3시간 39분으로 늘었다. 남편의 증가폭은 26분으로 작지 않지만, 2024년에도 아내의 돌보기 시간은 남편의 약 2.5배다.
미취학 자녀 가구의 부모 돌보기 시간
CSV 다운로드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 남편과 아내의 하루 돌보기 시간을 분 단위로 환산하고, 부모 합산 돌보기 시간 중 남편 비중을 계산했다.
부모의 돌보기 시간을 합쳐 보면 남편 비중은 2019년 24.3%에서 2024년 28.7%로 상승했다. 남성이 돌봄에서 완전히 빠져 있다는 말은 더 이상 맞지 않지만, 돌봄의 중심이 남성에게 옮겨 갔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변화는 분명하지만 균형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은 2019년 1시간 11분에서 2024년 1시간 24분으로 늘었고, 아내는 3시간 49분에서 3시간 32분으로 줄었다. 남편 비중은 23.7%에서 28.4%로 올라갔다. 맞벌이 가구에서조차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이 남편보다 훨씬 길지만, 격차가 조금씩 좁아지는 방향은 확인된다.
18세 미만 자녀 맞벌이 가구의 가사노동 시간
CSV 다운로드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에서 남편과 아내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을 분 단위로 환산하고, 부모 합산 가사노동 시간 중 남편 비중을 계산했다.
따라서 정책적 시사점은 단순히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늘었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첫째, 남성 육아휴직은 이미 주변적 제도가 아니므로 기업 인사관리와 대체인력 지원, 승진 불이익 방지 장치를 실제로 작동시켜야 한다. 둘째, 급여 수준을 높이는 정책은 이용을 늘리지만 재정 지출도 빠르게 키우므로, 보편적 권리 확대와 지속 가능한 재원 설계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셋째, 남성의 육아휴직이 짧은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 돌봄 시간으로 이어지려면 장시간 노동 축소, 정시퇴근,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과 근무시간의 조정, 남성의 돌봄 사용에 대한 조직문화 개선까지 연결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