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5.5. 가구 수는 왜 인구와 다르게 움직이는가

출산 결정은 어느 날 갑자기 내려지는 선택이 아니라 독립, 주거, 혼인, 임신·출산, 돌봄 복귀가 이어지는 생활시간표 위에서 만들어진다.

인구가 줄면 가구도 함께 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생활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구는 사람의 수이고, 가구는 함께 살림을 꾸리는 단위다. 같은 100명이라도 네 명씩 살면 25가구지만, 두 명씩 살면 50가구가 된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결혼이 늦어지고, 노년 부부 또는 독거노인이 늘면 인구가 정체되어도 가구 수는 계속 늘 수 있다.

이 절에서는 2015년 이후 인구총조사의 가구 수와 주민등록인구를 함께 보았다. 두 자료는 측정 목적이 다르므로 절대 수준을 한 숫자로 합치기보다는, 2015년을 100으로 놓고 변화 방향을 비교했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생활의 단위는 인구보다 더 빠르게 쪼개지고 있는가.

전국 가구 수와 인구의 엇갈린 추세(20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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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INH_1JC1501 가구수(시도/시/군/구), DT_1B040A3 행정구역(시군구)별 성별 주민등록인구수

가구 수는 인구총조사 가구, 인구는 주민등록인구를 시도 단위로 집계했다. 지수는 2015년을 100으로 둔 값이며, 평균 가구원 수는 주민등록인구/가구 수로 계산한 근사값이다.

전국 추세는 분명하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가구 수는 1,956만 가구에서 2,300만 가구로 약 17.6%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민등록인구는 5,148만 명에서 5,117만 명으로 오히려 약간 줄었다. 그 결과 평균 가구원 수는 2.63명에서 2.23명으로 낮아졌다. 이 변화는 저출산과도 깊게 연결된다. 아이를 낳는 결정은 개인 한 명의 결정이 아니라 주거, 노동시간, 돌봄, 결혼, 부모 부양이 한 가구 안에서 조정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가구가 작아질수록 돌봄을 나눌 내부 자원이 줄어든다.

가구 수 증가를 단순히 “집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생활 단위가 작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청년 1인가구는 결혼과 출산 이전의 긴 대기 상태일 수 있고, 중장년 1인가구는 이혼·비혼·직장 이동의 결과일 수 있으며, 고령 1인가구는 돌봄 공백의 위험을 뜻할 수 있다. 같은 1인가구라도 정책 의미가 다르다.

이 점을 더 분명하게 보기 위해 가구주의 연령과 가구원수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KOSIS DT_1JC1511은 일반가구를 가구주 연령과 가구원수별로 나누어 제공한다. 여기서는 청년 1인가구를 가구주 20-34세 1인 가구로, 고령 가구주 가구를 65세 이상 가구주가 이끄는 일반가구로 정의했다. 엄밀히 말하면 청년기본법의 청년 범위에는 19세가 포함되지만, 통계표가 5세 연령구간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20-34세를 조작적 정의로 사용했다.

가구주의 고령화와 청년·고령 1인가구의 동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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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JC1511 가구주의 연령 및 가구원수별 가구(일반가구) - 시군구, 전국

청년 1인가구는 가구주 20-34세 1인 가구로 정의했다. 고령 가구주는 65세 이상이며, 비중은 일반가구 전체 대비 비율이다.

그림은 한국의 가구 변화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65세 이상 가구주 가구의 비중은 2015년 19.5%에서 2024년 26.9%로 높아졌다. 이제 네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은 고령층이 가구주인 가구다. 동시에 20-34세 청년 1인가구도 일반가구 전체의 7.7%에서 10.3%로 커졌다. 흥미로운 점은 2024년에 청년 1인가구와 고령 1인가구가 각각 일반가구 전체의 10.3% 수준으로 거의 비슷해졌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가족 형성 이전의 독립 또는 지연을 보여주고, 다른 하나는 가족 생애주기 후반의 배우자 사망, 자녀 분가, 돌봄 공백을 보여준다.

연령별 1인가구 증가 속도(20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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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JC1511 가구주의 연령 및 가구원수별 가구(일반가구) - 시군구, 전국

총 일반가구, 전체 1인가구, 20-34세 1인가구, 65세 이상 1인가구를 2015년=100으로 환산해 비교했다.

증가 속도로 보면 차이는 더 선명하다. 2015-2024년 총 일반가구는 16.7% 늘었지만, 전체 1인가구는 54.6% 늘었다. 같은 기간 20-34세 1인가구는 55.0% 증가했고, 65세 이상 1인가구는 87.1% 증가했다. 즉 1인가구 증가는 청년층만의 현상도, 고령층만의 현상도 아니다. 청년층에서는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가족 형성의 출발점이 늦어지고 있고, 고령층에서는 이미 형성된 가족이 생애 후반에 다시 쪼개지고 있다.

이 두 변화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청년 1인가구 증가는 출산율을 낮추는 앞쪽의 조건과 연결된다. 안정된 주거, 일자리, 결혼 가능성, 돌봄을 함께 설계하지 못하면 청년의 독립은 가족 형성으로 이어지기보다 장기 단독생활로 굳어질 수 있다. 반대로 고령 1인가구 증가는 복지 수요를 키우는 뒤쪽의 조건과 연결된다. 같은 1인가구라도 청년에게는 주거비와 노동시장 안정이, 고령층에게는 소득보장, 건강관리, 돌봄, 이동권이 더 직접적인 정책 문제가 된다. 따라서 “1인가구가 늘었다”는 하나의 문장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의 가구 변화는 청년기의 가족 형성 지연과 노년기의 가족 해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변화다.

시도별 가구 수 증가율과 인구 증가율의 차이(201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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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INH_1JC1501 가구수(시도/시/군/구), DT_1B040A3 행정구역(시군구)별 성별 주민등록인구수

각 시도의 2015년 대비 2024년 변화율이다. 수도권뿐 아니라 대부분 지역에서 인구보다 가구 수가 더 빠르게 증가한다.

이 현상이 수도권에서만 나타나는지도 확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수도권은 인구도 늘고 가구도 늘지만, 비수도권의 상당수 지역에서는 인구가 줄거나 정체되는 가운데 가구 수가 증가한다. 예를 들어 부산, 대구, 전북, 경북, 전남은 2015년 이후 인구가 줄었지만 가구 수는 늘었다. 충북, 충남, 제주처럼 인구가 늘어난 지역에서도 가구 수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을 훨씬 앞선다. 즉 가구 수와 인구의 괴리는 수도권의 주택시장 특수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가족 구성 방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정책을 어렵게 만든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곧바로 주거 수요, 복지 수요, 돌봄 수요가 줄지 않는다. 오히려 작은 가구가 늘면 같은 인구라도 행정서비스 접점은 더 많아지고, 고립된 가구에 대한 돌봄 필요는 커질 수 있다. 저출산 정책도 이 변화를 보아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개인의 선호만이 아니라, 가족을 만들고 유지하는 생활 단위 자체가 작아지고 불안정해지는 데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