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7.1. 노동시장과 고령층 경제활동

저출산·고령화의 마지막 질문은 누가 일하고 누가 돌봄과 비용을 감당하는가이다.

고령층 노동은 예외가 아니라 구조가 되었다

한국의 고령화는 노동시장 밖에서 조용히 벌어지는 인구 현상이 아니다. 55~79세 인구는 2010년 943만 명에서 2025년 1,645만 명으로 커졌고, 같은 기간 이 연령대의 경제활동인구는 487만 명에서 1,001만 명으로 늘었다. 취업자도 477만 명에서 978만 명으로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나이 든 사람이 더 많이 일한다는 단순한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은퇴의 경계가 뒤로 밀리고 노동시장 자체가 고령층을 전제로 다시 짜이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55~64세는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은퇴 직전 세대만으로 보기 어렵다. 2025년 이들의 고용률은 71.1%다. 여전히 사업장과 자영업 현장에 남아 있는 핵심 노동력에 가깝다. 65~79세의 변화는 더 복합적이다. 취업자는 2010년 163만 명에서 2025년 379만 명으로 늘었고, 고용률도 36.7%에서 47.2%로 올랐다. 이는 건강수명 연장과 숙련 활용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갖지만, 동시에 공적연금과 노후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일을 계속해야 하는 현실도 비춘다.

고령층 고용현황: 연령별 경제활동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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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DE8031S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매년 5월

55~79세 전체, 55~64세, 65~79세를 나누어 고령층인구, 경제활동인구, 취업자, 고용률, 실업자, 실업률, 비경제활동인구의 추세를 함께 본다.

고령층 노동을 설명할 때 취업자와 고용률만 보면 절반만 보게 된다. 55~79세 실업자는 2010년 10만5천 명에서 2025년 23만 명으로 늘었지만, 실업률은 2%대 초반에 머문다. 표면적으로는 실업 문제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비경제활동인구가 456만 명에서 644만 명으로 커졌다는 사실을 함께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만이 아니라 건강, 돌봄, 구직 포기, 은퇴, 가사, 연금 수급 여부 때문에 노동시장 밖에 있는 사람까지 보아야 고령층의 실제 생활 조건이 보인다.

고령층 고용현황 요약: 2010년과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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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DE8031S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매년 5월

2010년과 2025년을 비교해 고령층 노동시장 확대가 인구 증가, 참여 증가, 비경제활동 규모 증가를 동시에 포함한다는 점을 확인한다.

인구구조의 압력이 먼저 움직인다

고령층 노동시장을 보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인구구조의 압력이다. 고령화율은 사회 안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고, 노년부양비는 생산연령 인구 100명이 감당해야 하는 고령 인구의 크기다. 중위연령은 전체 인구를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다. 이 세 지표가 동시에 올라간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중심 연령이 위로 이동하고, 일하는 세대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세대의 비율이 다시 짜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 배경을 놓고 보면 고령층 고용은 단순히 노인이 더 일한다는 현상에 머물지 않는다. 생산연령 인구가 얇아지고, 고령 인구의 비중이 커지며, 사회 전체의 중위연령이 높아지면 노동시장은 자연스럽게 더 나이 든 사람의 노동에 의존하게 된다. 기업은 채용 가능한 청년층이 줄어드는 상황을 맞고, 국가는 연금·의료·돌봄 지출이 커지는 상황을 맞는다. 이 두 압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고령층 경제활동이 정책의 중심 문제로 떠오른다.

전국 인구구조 압력: 고령화율·노년부양비·중위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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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BPB002 주요 인구지표, 중위추계

저출산 정책은 출산율뿐 아니라 생산연령 인구, 고령화율, 부양비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 속에서 평가해야 한다.

주된 일자리에서 나온 뒤에도 노동은 끝나지 않는다

고령층 부가조사의 장점은 단순한 취업 여부를 넘어 생애의 궤적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2025년 55~79세 가운데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가 있는 사람은 1,605만 명이고, 이 중 1,123만 명은 그 일자리를 이미 그만두었다. 평균 근속기간은 17.6년, 평균 이직연령은 52.9세다. 많은 사람이 법정 노년기에 들어가기 훨씬 전에 주된 일자리에서 나온다. 한국의 노후 노동 문제는 65세 이후 갑자기 시작되는 문제가 아니라, 50대 초중반에 이미 시작되는 문제다.

그 이후에도 노동과의 연결은 끊어지지 않는다. 2025년 55~79세 중 지난 1년간 구직 경험이 있는 사람은 329만7천 명으로 전체의 20.0%다. 지난 1년간 취업 경험이 있는 사람은 1,107만4천 명, 장래에도 근로를 원한다고 답한 사람은 1,142만1천 명으로 69.4%에 이른다. 평균적으로는 73.4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 이 숫자는 고령층이 단지 경제활동에서 물러난 집단이 아니라, 주된 일자리를 떠난 뒤에도 다른 방식으로 일과 연결되려는 집단임을 보여준다.

고령층 경제활동 부가조사: 일자리 이탈과 장래 근로 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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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DE8035S, DT_1DE8036S, DT_1DE8038S, DT_1DE8042S, DT_1DE8044S, DT_1DE8057S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매년 5월

55~79세의 주된 일자리 이탈, 구직 경험, 취업 경험, 장래 근로 희망, 희망 근로연령을 연결해 고령층 경제활동을 생애경로 관점에서 읽는다.

왜 일을 그만두고, 왜 다시 일하려 하는가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를 보면 고령층 노동의 성격이 더 선명해진다. 2025년 기준으로 가장 큰 이유는 사업부진·조업중단·휴업·폐업으로 25.0%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그만둔 경우도 22.4%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떠난 경우는 14.7%, 정년퇴직은 13.3%,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는 10.2%다. 흔히 은퇴를 정년이라는 제도적 사건으로 상상하지만, 실제 고령층의 주된 일자리 이탈은 사업의 불안정, 건강, 가족돌봄, 구조조정이 뒤섞인 결과다.

2025년 고령층이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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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DE8037S 성별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 2025년 5월

55~79세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을 분모로 각 이유의 비중을 계산했다.

반대로 앞으로도 일하려는 이유는 생활의 언어로 말한다. 장래 근로 희망자 중 54.4%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36.1%는 일하는 즐거움을 이유로 들었다. 생활비와 보람이 나란히 놓여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고령층 노동을 모두 빈곤의 결과로만 읽으면 일의 의미와 사회참여 욕구를 놓치고, 모두 활력의 증거로만 읽으면 노후소득의 취약성을 가린다. 두 해석은 동시에 필요하다.

2025년 고령층이 앞으로도 일하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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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DE8044S 성별 장래 근로 희망의사 및 근로 희망사유, 2025년 5월

55~79세 장래 근로 희망자를 분모로 근로 희망 이유의 비중을 계산했다.

고령층이 원하는 일자리는 무엇인가

고령층이 원하는 일자리 조건도 정책 설계에 직접적인 힌트를 준다. 2025년 장래 근로 희망자에게 일자리 선택기준을 물으면, 가장 많은 응답은 일의 양과 시간대다. 전체의 30.3%가 이를 꼽았다. 임금수준은 20.5%, 계속근로가능성은 16.3%, 일의 내용은 12.1%다. 고령층 일자리 정책이 단순히 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식으로는 부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래 일하려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시간의 유연성, 건강과 맞는 업무량,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이다.

희망 일자리 형태도 균형이 갈린다. 장래 근로 희망자 중 전일제를 원하는 비중은 52.5%, 시간제를 원하는 비중은 47.5%다. 남성은 전일제 선호가 더 강하고, 여성은 시간제 선호가 더 크다. 월평균 희망임금은 150만~300만원 미만이 49.2%로 가장 많고, 300만원 이상도 21.5%다. 이 결과는 고령층 노동정책이 ‘낮은 임금의 임시 일자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말해 준다. 한쪽에는 짧고 유연한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다른 한쪽에는 숙련을 인정하는 안정적 일자리도 필요하다.

2025년 고령층이 원하는 일자리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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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DE8046S, DT_1DE8048S, DT_1DE8050S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2025년 5월

장래 근로 희망자를 분모로 일자리 선택기준, 희망 일자리 형태, 희망 임금수준을 비교했다.

고령층은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가

고령층 취업자는 특정 산업의 주변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25년 55~79세 취업자 978만 명 중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서비스업에 747만 명이 있고,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 부문에 401만 명, 도소매·음식숙박업에 166만 명이 있다. 제조업에도 123만 명, 농림어업에도 108만 명이 있다. 직업별로는 서비스·판매 종사자 227만 명, 단순노무 종사자 221만 명, 기능·기계조작 종사자 213만 명이 큰 축을 이룬다. 관리자·전문가도 128만 명이다.

이 분포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한다. 하나는 고령층 일자리가 여전히 노동강도와 임금이 낮은 영역에 많이 몰려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고령층을 단순노무로만 상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서비스, 기능, 제조, 농림어업, 전문직, 공공·개인서비스가 모두 고령층 노동의 지형이다. 따라서 고령층 정책은 공공일자리 확대만으로 끝나기 어렵다. 산업별 안전, 직무 재설계, 계속고용, 재교육, 건강관리, 지역 일자리 전략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2025년 고령층 취업자의 산업·직업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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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DE8061_11 연령/산업별 취업분포, DT_1DE8063_8 연령/직업별 취업분포, 2025년 5월

55~79세 취업자가 어느 산업과 직업에 집중되어 있는지, 전체 고령층 취업자 중 해당 범주의 비중으로 계산했다.

지역별 변화 속도는 다르다

전국 추세는 한국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보여주지만, 지역 정책을 설계하려면 변화의 속도가 어디에서 빠른지 따로 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시도별 60세 이상 자료에 대해 연도만을 독립변수로 둔 단순 회귀분석을 했다. 여기서 회귀계수는 인과효과가 아니라 2010~2025년 동안 매년 평균적으로 얼마나 변했는가를 요약한 값이다. 전국 고령층 부가조사는 55~79세가 중심이지만, 시도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공통으로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연령 범주는 60세 이상이므로 지역 분석에는 이 범주를 사용했다.

취업자 증가 속도는 경기도가 연평균 77.1천 명으로 가장 크고, 서울특별시가 34.7천 명으로 뒤를 잇는다. 이는 수도권에서 고령 인구 자체가 크게 늘고, 은퇴 이후에도 일하는 사람이 빠르게 증가했음을 뜻한다. 고용률의 회귀계수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강원도는 연평균 1.31%포인트, 세종특별자치시는 1.19%포인트, 충청북도는 1.14%포인트 상승해 고령층이 실제 노동시장에 편입되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취업자 수가 많이 늘어난 지역과 고용률이 빠르게 오른 지역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

실업자는 모든 지역에서 취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보다 훨씬 작은 폭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고령층 노동 문제를 실업률만으로 읽으면 핵심을 놓치기 쉽다. 더 큰 변화는 취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가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에서 나타난다. 어떤 지역은 고령층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고, 어떤 지역은 일할 수 없는 고령층의 소득과 돌봄을 더 촘촘하게 보아야 한다. 고령사회 노동정책은 전국 평균 고용률 하나로 설계될 수 없다.

시도별 60세 이상 노동시장 변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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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DA7015S 행정구역(시도)/연령별 경제활동인구, DT_1DA7031S 취업자, DT_1DA7095S 실업자, 2010-2025년

각 시도에서 연도를 독립변수로 두고 60세 이상 취업자, 고용률,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를 각각 회귀분석해 연평균 변화 속도를 비교한다.

쉬어가기: DT_1DA7010S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KOSIS의 DT_1DA7010S는 고령층 부가조사의 핵심표라기보다 전체 취업자의 종사상지위별 분포를 보여주는 표다. 2025년 전체 취업자 2,876만9천 명 가운데 임금근로자는 2,231만8천 명, 비임금근로자는 645만1천 명이다. 자영업자는 562만 명이고, 그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19만 명이다. 이 표는 고령층만을 직접 분리하지는 않지만, 한국 노동시장이 임금근로와 자영업, 상용·임시·일용이라는 서로 다른 지위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배경은 고령층 분석에도 중요하다.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뒤 고령층이 다시 만나는 노동시장은 안정적인 상용직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자영업, 임시직, 시간제, 단순노무, 서비스·판매, 돌봄과 지역서비스가 뒤섞인 시장이다. 따라서 6.1절에서 DT_1DA7010S는 고령층을 직접 설명하는 표가 아니라, 고령층이 다시 들어가거나 머무르게 되는 전체 노동시장 지형을 이해하는 보조 자료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

고령화는 65세 이후에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고령화 정책을 65세 이상 노인정책으로만 시작하면 너무 늦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5년 보고서 「인구변화 대응 사회보장정책 성과분석을 위한 수요 측면 지표 연구: 중장년층을 중심으로」는 중장년층을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핵심 집단으로 본다. 이 관점은 이 절의 고령층 노동 분석과 정확히 맞물린다. 주된 일자리 이탈 평균연령이 52.9세라는 사실은 노년기의 불안이 65세 생일에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50~64세는 아직 생산연령인구 안에 있지만, 노동시장에서는 이미 위험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시기다. 고용률만 보면 중장년층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연령이 올라갈수록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아지고, 주된 일자리와 현재 일자리의 연결이 약해지며, 근속기간의 의미도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숙련을 살려 계속 일하지만, 어떤 사람은 주된 일자리에서 나온 뒤 더 낮은 임금과 짧은 계약, 불안정한 자영업으로 이동한다.

이 차이는 노년기의 소득 격차로 이어진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는지,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었는지, 직업능력개발 훈련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주된 일자리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었는지가 60대 이후의 선택지를 만든다. 중장년기에 노동시장 이탈이 빠르고 보호가 약하면, 노년기의 노동은 “활동적 노화”라기보다 생계 유지의 마지막 수단이 되기 쉽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 위험과 사회적 관계의 위험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는 중장년 1인 가구, 무소득, 비경제활동, 취약주거, 활동제약이 결합될 때 사회적 관계망 결핍과 고립 위험이 커진다고 본다. 이는 고령화 정책이 노후소득과 일자리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50대와 60대 초반에 일에서 밀려나고 관계망이 약해지며 주거가 불안정해지면, 70대 이후의 돌봄과 의료, 고독사 위험은 이미 그 이전에 만들어진다.

따라서 고령화 대응은 중장년기의 노동시장 이행을 관리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50대 후반과 60대 초반의 고용률 격차, 임시·일용직 비중, 근속기간 변화, 고용보험과 퇴직급여 접근성, 직업훈련 참여, 사회적 관계망 결핍률 같은 지표는 단순한 노동통계가 아니다. 이 지표들은 노년기의 빈곤과 고립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보여주는 조기 신호다.

기업은 고령사회에 준비되어 있는가

고령층 노동을 개인의 근로 의지만으로 설명하면 정책의 절반을 놓친다. 사람이 더 오래 일하려면 일터도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5년 보고서 「기업의 고령사회 대응 실태와 과제」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일부 기업은 저출산 대응에서 출산장려금, 육아휴직 확대, 사내 돌봄 지원 같은 제도를 앞서 도입하지만, 고령사회 대응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출산 지원은 기업 이미지와 인재 확보의 언어로 설명되지만, 고령인력 활용은 여전히 인건비와 조직관리의 부담으로 인식되기 쉽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서 기업은 더 이상 고령화를 외부 환경으로만 볼 수 없다.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면 기업은 청년 인력을 무한정 새로 뽑을 수 없고, 숙련기술직과 중간숙련직의 공백도 쉽게 메울 수 없다. 중소기업은 이미 인력난 때문에 고령근로자의 재고용과 장기근속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대기업은 인력구조 관리 차원에서 조기퇴직과 희망퇴직을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고령화라도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핵심은 계속고용, 재취업 지원, 은퇴 준비, 산업안전, 중소기업 고령근로자 보호다. 계속고용은 단순히 정년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직무를 재설계하고, 임금체계를 조정하며, 건강상태와 숙련 수준에 맞는 업무량을 조절해야 한다. 재취업 지원도 형식적 교육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주된 일자리에서 나온 사람이 어떤 산업과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지, 필요한 훈련과 소득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산업안전도 중요하다. 고령근로자는 같은 작업환경에서도 낙상, 근골격계 질환, 만성질환 악화의 위험을 더 크게 겪을 수 있다. 제조업, 건설, 물류, 돌봄, 서비스업에서 고령근로자가 늘어난다면 작업속도, 휴식, 보호장비, 건강검진, 직무전환 기준을 다시 짜야 한다. 고령층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령자가 다치지 않고, 존엄을 잃지 않고, 숙련을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일이다.

결국 고령사회 노동정책은 정부의 공공일자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의 직무 재설계와 인사제도 변화가 함께 가야 한다. 일할 권리와 멈출 권리의 균형은 개인의 선택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계속고용을 부담이 아니라 숙련 활용과 조직 안정의 전략으로 받아들일 때, 고령층 노동은 생계형 버티기에서 사회적 자산으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