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6.1. 외국인은 누구인가
외국인 유입은 인구감소의 빈칸을 일부 메울 수 있지만, 통계 정의와 지역 정착 조건을 구분하지 않으면 과대평가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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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한국에 외국인이 얼마나 사는가”라는 질문은 쉬워 보인다. 그러나 어느 창구에서 보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출입국 행정이 보는 외국인, 인구총조사가 보는 외국인,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지원 대상으로 만나는 외국인은 서로 겹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이 차이를 모른 채 외국인 규모를 말하면 정책 논의는 시작부터 흔들린다.
법무부의 외국인 통계는 체류와 등록의 언어로 만들어진다. 외국인이 어떤 체류자격으로 들어왔는지, 90일을 초과해 머물기 위해 외국인등록을 했는지, 어느 지역에 등록되어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래서 노동시장 분석에는 매우 유용하다. 제조업, 농업, 서비스업, 유학, 결혼이민, 방문취업 같은 체류자격의 변화가 비교적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통계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나 한국 국적을 가진 다문화가구 자녀를 외국인으로 세지 않는다.
국가데이터처의 인구총조사는 거주 인구를 보려는 통계다. KOSIS 인구로 보는 대한민국의 설명처럼 인구총조사 외국인은 국내에 거주 중인 단기체류외국인, 등록외국인, 외국국적동포 거소신고자를 포함하며, 기준시점을 기준으로 대한민국에 3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을 뜻한다. 출입국 행정대상보다 “실제로 여기서 살고 있는가”에 더 가까운 질문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은 다시 한 걸음 더 지역사회 쪽으로 이동한다. 이 통계는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뿐 아니라 한국국적 취득자와 외국인주민 자녀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의 외국 국적자 통계라기보다 지역사회가 마주하는 다문화·이주 배경 인구의 정책수요 통계에 가깝다. 어린이집, 학교, 가족지원, 언어지원, 지역 정착, 복지서비스를 설계하려면 이 넓은 정의가 필요하다.
외국인 통계의 세 가지 정의
CSV 다운로드외국인은 하나의 행정 범주가 아니다. 통계의 목적에 따라 국적, 체류기간, 등록 여부, 귀화자와 자녀 포함 여부가 달라진다.
세 통계의 차이는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렸다는 문제가 아니다. 질문에 맞는 통계를 골라야 한다는 문제다. 외국인 노동력 공급을 묻는다면 법무부 체류자격 자료가 필요하다. 지역사회 통합과 보육·교육 수요를 묻는다면 행정안전부 외국인주민 현황이 더 적합하다. 인구총조사 기준의 거주 외국인 규모를 보려면 국가데이터처의 인구총조사 외국인을 보아야 한다.
이 구분은 정책의 방향을 바꾼다. 외국인 유입을 저출산의 해결책으로 말하려면 단지 “몇 명이 들어왔는가”가 아니라 “누가 들어왔고, 어떤 체류자격으로 머물며,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고, 지역사회 안에서 생활 기반을 갖추는가”를 물어야 한다. 단기 노동력 유입은 생산 현장의 빈자리를 줄일 수 있지만, 지역의 장기 인구구조를 바꾸려면 정착과 가족 형성, 교육과 돌봄, 사회적 수용성이 함께 필요하다.
외국인 통계는 숫자보다 먼저 개념을 읽어야 한다. 한 사회가 외국인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그 사회가 이주민을 어떤 정책 대상으로 보는지를 드러낸다. 노동력인가, 주민인가, 가족인가, 학생인가, 이웃인가. 이 질문의 답이 정해지지 않으면 외국인정책은 인구정책이 아니라 단기 수급정책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