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3.2. 저출산 정책이 성공한 나라는 있는가
저출산 정책은 출산율 반등만이 아니라 출생아 수, 코호트 잔존, 정주 조건, 재정 투입을 함께 놓고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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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이라는 말은 조심해서 써야 한다
저출산 정책을 논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은 “어느 나라가 성공했는가”이다. 그러나 이 질문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성공을 합계출산율의 반등으로 볼 것인가, 원하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넓힌 것으로 볼 것인가, 부모의 삶의 질과 아동의 삶의 질을 높인 것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출산율이 조금 올랐더라도 특정 계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거나 여성의 돌봄 부담을 다시 강화했다면 그것을 성공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반대로 출산율 반등은 크지 않아도 부모가 일을 그만두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되었다면, 그 정책은 인구지표 바깥에서 중요한 성과를 낸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이 절에서는 성공을 단순한 순위가 아니라 세 가지 기준으로 나누어 읽는다. 첫째, 합계출산율이 정책 강화 이후 실제로 반등했는가. 둘째, 그 반등이 일시적 보상 효과인지 지속적인 가족 형성 조건의 변화인지 구분할 수 있는가. 셋째,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특정 제도의 이름인가, 아니면 그 제도가 작동할 수 있었던 주거·노동·돌봄·문화의 결합인가.
저출산 정책 강도와 출산율 변화: 한국·싱가포르·헝가리·일본
CSV 다운로드각국의 대표적 저출산 정책을 현금·세제, 주거, 돌봄·휴직, 구조개혁 성격으로 요약하고, 정책 강화 이후 합계출산율의 시작점·정점·최근값을 비교했다. 값은 국가별 최신 공표 기준이 달라 추세 판단용으로 읽어야 한다.
싱가포르는 한국이 자주 참고하는 사례다. 공공주택 체계가 강하고, 혼인과 주거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Baby Bonus와 Child Development Account 같은 현금·저축 지원도 촘촘하다. 2025년 2월 18일 이후 출생한 시민권 아동 기준으로 첫째는 총 2만 싱가포르달러, 둘째는 2만 3천 싱가포르달러, 셋째·넷째는 3만 2천 싱가포르달러, 다섯째 이후는 3만 8천 싱가포르달러까지 지원된다. 지원금도 한 번에 끝나지 않고 6.5세까지 나누어 지급되며, CDA는 보육·교육·의료 지출에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2025년 이후 공유육아휴직도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싱가포르의 출산율은 오히려 더 낮아졌다. SingStat의 최신 공표에 따르면 주민 합계출산율은 2024년 0.97에서 2025년 0.87로 내려갔다. 이것은 싱가포르 정책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비용 보전과 행정 편의, 보육·주거 지원을 상당히 많이 해도 고비용 도시국가의 긴 노동시간, 경쟁적 교육문화, 결혼 지연, 작은 주거공간, 미래 불확실성을 넘지 못하면 출산율 반등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이 싱가포르에서 배워야 할 것은 “현금을 더 주면 된다”가 아니라 “현금과 주거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냉정한 결론에 가깝다.
헝가리는 조금 다르다. 2010년대 이후 헝가리는 저출산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놓고 가족세액공제, 다자녀 어머니의 소득세 면제, 출산 전후 대출, CSOK와 CSOK Plus 같은 주거·대출 지원을 강하게 결합했다. 2024년부터 시행된 CSOK Plus는 자녀 수에 따라 1,500만·3,000만·5,000만 포린트 규모의 저리 주거대출을 제공하고, 둘째 이후에는 대출 원금 일부를 탕감하는 방식까지 포함한다. 이 모델은 혼인한 부부, 고용·소득이 확인되는 가구, 주택 구매를 준비할 수 있는 가구에게 매우 강한 유인을 제공한다.
헝가리의 합계출산율은 2011년 1.23 안팎에서 2021년 1.6 수준까지 올랐다. 이 점에서 헝가리는 “일정한 반등을 만든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성공의 완성은 아니다. 최근 출산율은 다시 1.4 수준으로 내려왔고, 대체출산율에는 여전히 한참 못 미친다. 또 주거대출과 세제 혜택 중심의 정책은 이미 결혼했고 안정적 소득이 있는 중산층에게 더 잘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 효과가 있었는지 묻는 것만큼, 누가 그 효과를 받을 수 있었는지 묻는 일이 중요하다.
일본은 한국과 가장 닮은 실패의 거울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엔젤플랜, 보육 확충, 아동수당, 일가정양립 정책을 추진했고, 2023년에는 어린이가정청을 출범시켜 아동정책의 통합성을 높이려 했다. 2023년 12월의 「어린이미래전략」은 총 3.6조 엔 규모의 가속화 계획을 내세우며 청년·육아세대 소득 증가, 사회구조와 의식 변화, 생애주기별 지원을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정책 언어만 보면 한국의 논의와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일본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1.15로 낮아졌고, 출생아 수는 7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사례가 말하는 것은 정책의 부재가 아니라 정책과 생활현실 사이의 거리다. 아동수당을 늘리고 보육을 확충해도 청년의 안정소득 형성이 늦고, 장시간 노동과 성별 역할분담이 오래 남아 있으며, 비혼 출산이 낮은 사회에서 혼인 자체가 늦어지면 출산율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한국은 일본보다 더 낮은 출산율을 겪고 있지만, 문제의 작동 경로는 상당히 닮아 있다.
한국의 정책은 싱가포르처럼 현금·보육·주거를 넓히고, 일본처럼 아동정책과 일가정양립을 제도화하며, 때로는 헝가리처럼 주거와 결혼을 강하게 묶으려 한다. 그러나 한국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5에 그쳤다. 2023년보다 약간 올랐다는 사실은 중요하지만, 이를 정책 성공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이르다. 출생아 수 증가가 일시적 혼인 회복, 코로나 시기 지연 출산의 일부 회복, 특정 연령대의 출산 집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더 보아야 한다.
결국 “성공한 나라”를 찾는 작업은 모범답안을 찾는 일이 아니다. 싱가포르는 고비용 사회에서 지원금과 주거정책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헝가리는 강한 유인이 출산율을 일정하게 끌어올릴 수 있지만, 그 효과가 선택적이고 지속성이 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정책 패키지가 있어도 청년의 생애 시간표와 직장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결과가 제한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특정 국가의 제도 이름이 아니라, 출산을 개인의 결심으로 몰아붙이지 않으면서도 가족 형성이 가능한 생활조건을 얼마나 촘촘하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