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5.4. 소득이 높으면 출산율이 높아질까?

출산 결정은 어느 날 갑자기 내려지는 선택이 아니라 독립, 주거, 혼인, 임신·출산, 돌봄 복귀가 이어지는 생활시간표 위에서 만들어진다.

소득이 높으면 출산율이 높아질까?

저출산을 이야기할 때 가장 익숙한 설명은 돈이다. 집값이 높고, 교육비가 비싸고, 아이를 낳으면 생활비가 늘어나니 소득이 높을수록 아이를 더 낳을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자연스럽다. 실제로 출산과 양육에는 돈이 든다. 불안정한 소득은 결혼을 미루게 하고,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은 둘째·셋째 출산을 더 조심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이 설명은 곧 복잡해진다. 경제학에서 출산은 오래전부터 소득효과와 대체효과가 부딪히는 영역으로 다루어졌다. 소득이 늘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 동시에 부모의 시간 가치도 올라간다. 특히 교육 수준이 높고 노동시장 성취가 큰 여성과 맞벌이 부부에게 출산은 단순한 양육비가 아니라 경력 중단, 승진 지연, 근무시간 조정, 돌봄 공백이라는 기회비용으로 다가온다.

게리 베커의 가족경제학은 이 점을 “자녀 수”와 “자녀의 질” 사이의 선택으로 설명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자녀 한 명에게 더 많은 교육과 돌봄을 투자하려는 경향이 커지면, 자녀 수는 오히려 늘지 않을 수 있다. 이스터린의 상대소득 가설은 청년 세대가 절대소득보다 자신이 기대하는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가족 형성을 판단한다고 보았다. 최근의 젠더 형평성 논의는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인다. 여성의 교육과 고용은 높아졌는데 가정 안의 돌봄 분담과 직장의 시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소득이 높아져도 출산은 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득이 높으면 출산율이 높아지는가”라는 질문은 둘로 나누어야 한다. 낮은 소득은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가. 그렇다. 그렇다면 소득이 높아지면 자동으로 아이를 더 낳는가. 이 질문의 답은 훨씬 조심스럽다.

이 질문을 확인하기 위해 KOSIS DT_1NW1019의 신혼부부 소득구간별 평균 출생아 수를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놓아 보았다. 흔히 “소득분위”처럼 말하지만, 원표의 공식 명칭은 소득구간별이다. 부부의 연간 근로·사업소득 구간을 기준으로 하며, 자산, 부모 지원, 주거비 부담, 금융부채, 비근로소득은 직접 반영하지 않는다.

신혼부부 소득구간별 평균 출생아 수 추세

CSV 다운로드
출처: KOSIS DT_1NW1019 신혼부부의 소득(근로·사업소득) 구간별 출산자녀 현황

KOSIS 원표의 공식 분류는 소득구간별이다. 신혼부부 통계는 혼인신고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부부를 대상으로 하므로, 이 값은 생애 완료출산율이 아니라 결혼 초기 평균 출생아 수와 출산 지연을 보여준다.

숫자는 우리의 직관과 조금 다르게 움직인다. 2024년 기준 평균 출생아 수는 1천만원 미만 구간이 0.99명, 1천만원~3천만원 미만 구간이 0.96명이다. 반면 7천만원~1억원 미만 구간은 0.61명, 1억원 이상 구간은 0.59명이다. 신혼부부 전체 평균은 0.74명이다. 적어도 혼인 후 5년 이내의 신혼부부만 놓고 보면, 소득이 높은 구간에서 평균 출생아 수가 더 높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 결과를 “가난할수록 아이를 더 낳는다”는 식으로 읽으면 곤란하다. 이 자료는 생애 완료출산율이 아니라 신혼부부의 결혼 초기 상태를 보여준다. 고소득 부부는 결혼 연령이 더 높거나, 맞벌이로 경력을 쌓는 시기와 출산 시기가 겹치거나, 첫 출산을 뒤로 미루고 있을 수 있다. 또한 이 표의 소득은 근로·사업소득이므로 출산 후 한쪽이 일을 줄이거나 쉬면 소득구간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원인과 결과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자료가 던지는 정책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저출산 정책에서 가장 흔한 오류는 출산을 “소득 부족의 결과”로만 보고, 현금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곧바로 해법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돈은 중요하지만 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고소득 구간의 낮은 평균 출생아 수는 아이를 낳을 경제적 능력이 있어도 시간, 경력, 주거, 돌봄, 교육 기대가 맞물리면 출산이 늦춰질 수 있음을 말해 준다.

다른 오류는 정책 대상을 지나치게 넓게 잡는 것이다. 모든 청년에게 똑같은 현금지원을 확대하면 정치적으로는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 제약은 집단마다 다르다. 저소득층에게는 주거 안정과 양육비 부담 완화가 더 절박할 수 있고, 중간소득 맞벌이에게는 육아휴직을 실제로 쓸 수 있는 직장 문화와 보육 시간의 확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고소득 전문직 부부에게는 아이를 낳아도 경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신뢰, 장시간 노동의 완화, 교육경쟁 압력의 완화가 더 큰 조건일 수 있다.

그러므로 소득과 출산의 관계를 보며 얻어야 할 결론은 “돈은 필요 없었다”가 아니다. 결론은 더 섬세하다. 안정된 소득은 가족 형성의 바닥을 만든다. 그러나 그 바닥 위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돌봄을 나눌 제도가 필요하며,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출산을 늘리겠다는 정책이 소득지원에만 머물면, 정작 출산을 미루게 만드는 생활시간표의 병목을 놓치게 된다.

결국 이 자료는 저출산 정책의 언어를 바꾸게 한다. “얼마를 더 줄 것인가”만 물을 것이 아니라, “어떤 집단이 어떤 조건 때문에 출산을 미루는가”를 물어야 한다.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는 출발선의 안정이,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는 시간과 경력의 회복 가능성이, 모든 부모에게는 믿을 수 있는 돌봄과 교육 부담의 완화가 필요하다. 저출산은 단일한 소득문제가 아니라, 소득이 생활시간표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