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1.2. 인구 기준은 왜 서로 다른가
같은 인구 문제도 어떤 지표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다.
익명 의견 남기기
## 인구라는 숫자는 하나가 아니다
인구는 가장 단순한 통계처럼 보인다. 한 나라에 사람이 몇 명인지 세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를 분석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더 까다로운 질문을 만나게 된다. “사람을 센다”는 말은 실제로는 “어떤 제도적 목적을 위해, 어느 시점에, 누구를 한국 인구로 볼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국가데이터처의 인구총조사,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는 모두 한국 인구를 말하지만 같은 숫자가 아니다. 어느 하나가 맞고 다른 하나가 틀린 것이 아니다. 행정은 등록된 주민을 필요로 하고, 총조사는 국내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을 보려고 하며, 추계인구는 출생·사망·국제이동을 반영해 과거와 미래를 이어 읽기 위한 분석용 인구를 만든다.
따라서 인구 측정의 어려움은 통계 기술의 부족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주민등록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를 수 있고, 해외에 살면서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도 있으며, 한국에 장기 체류하면서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지역 단위로 내려가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농촌의 계절근로자, 산업단지의 외국인 노동자, 대학가의 유학생, 수도권으로 주소를 옮기지 않은 청년, 요양시설로 이동한 고령층이 모두 숫자의 경계를 흔든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행정의 인구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등록표에 기재된 사람을 집계한다. 이 통계는 거주자, 거주불명자, 재외국민 주민등록자를 포함한다. 반면 외국인은 포함하지 않는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포털도 주민등록인구가 거주자·거주불명자·재외국민으로 구성되며 외국인은 제외된다고 설명한다.
이 기준은 행정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센터, 선거, 주민등록, 행정구역, 각종 민원과 복지 전달체계를 설계할 때는 주민등록 자료가 가장 빠르고 세밀하다. 매월 갱신되고 시군구·읍면동 단위까지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한다.
그러나 주민등록인구를 “그 지역에 실제로 사는 사람”으로 그대로 읽으면 문제가 생긴다. 어떤 사람은 주소를 옮기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고, 어떤 사람은 거주불명 상태로 남아 있으며, 외국인 장기체류자는 빠진다. 산업단지나 농촌처럼 외국인 노동력이 지역 경제와 돌봄, 소비, 학교, 의료 수요에 중요한 지역에서는 주민등록인구만으로 실제 생활인구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 인구총조사: 거주의 인구
국가데이터처 인구총조사는 행정자료를 연계해 대한민국 영토 안에 거주하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함께 파악한다. 2015년 이후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매년 작성되는 총조사는 주민등록부만 보지 않고 외국인등록부, 건축물대장, 학적부 등 여러 행정자료를 결합해 인구·가구·주택의 규모와 구조를 산출한다.
이 기준의 장점은 “국내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에 더 가까운 그림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외국인 장기체류자가 포함되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노동시장, 주거, 교육, 의료, 지역 인구구조를 해석할 때 주민등록인구보다 넓은 현실을 보여준다.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총인구는 약 5,180만 6천 명이었고, 그중 내국인은 약 4,976만 3천 명, 외국인은 약 204만 3천 명이었다. 내국인은 줄었지만 외국인이 늘면서 총인구 감소가 일부 상쇄된 것이다.
이 대목은 저출산·고령화 분석에서 중요하다. “한국 인구가 줄어드는가”라는 질문에 내국인 기준으로 답하면 감소 압력이 더 분명하게 보인다. 총인구 기준으로 답하면 외국인 유입이 감소 속도를 완화하는 모습이 함께 보인다. 정책적으로도 두 해석은 서로 다른 과제를 낳는다. 내국인 출생 기반의 축소를 말할 때는 가족 형성, 주거, 일자리, 교육비, 돌봄 조건을 보아야 하고, 총인구와 노동공급을 말할 때는 이민, 외국인 정주, 사회통합, 지역 수용능력을 함께 보아야 한다.
국가데이터처 추계인구: 분석과 전망의 인구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는 단순한 집계가 아니라 인구학적 회계다. 기준 인구를 놓고 출생, 사망, 국제이동을 더하고 빼면서 앞으로의 인구 규모와 연령구조를 전망한다. 그래서 추계인구는 “지금 주민등록표에 몇 명이 올라와 있는가”보다 “현재의 출산·사망·이동 흐름이 지속되거나 달라지면 인구구조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묻는 데 적합하다.
이 책에서 고령화율, 노년부양비, 중위연령 같은 장기 지표를 해석할 때 추계인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민등록인구는 행정의 현재를 잘 보여주지만, 장기 재정과 노동시장, 학교와 병원 수요, 연금과 돌봄 부담은 현재의 나이 구조가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보아야 한다. 인구피라미드의 넓은 세대가 20년 뒤 어느 연령대에 도착하는지, 얇아진 출생 코호트가 노동시장에 언제 들어오는지를 보려면 추계의 언어가 필요하다.
주민등록인구·인구총조사·장래인구추계의 차이
CSV 다운로드2000년부터 비교한다. 인구총조사는 2000·2005·2010년 전수조사 값과 2015년 이후 등록센서스 연간 값을 연결했으며, 중간 연도는 조사값이 없으므로 비워 두었다.
세 기준을 같은 그림에 놓으면 차이가 더 또렷해진다. 그림은 2000년부터 시작한다. 다만 인구총조사는 2010년까지 5년마다 실시된 전수조사 값이고, 2015년 이후에는 등록센서스 방식의 연간 값이다. 그래서 2001~2004년, 2006~2009년, 2011~2014년에는 총조사 선이 실제 조사값이 있는 시점만 연결하도록 처리했다. 이것은 자료 누락이 아니라 조사 방식의 차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주민등록인구가 총조사 인구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다. 2000년 주민등록인구는 약 4,773만 명, 인구총조사 총인구는 약 4,614만 명이었다. 행정등록 기준과 국내 상주 기준 사이에 이미 약 160만 명의 간극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장래인구추계는 두 값 사이에 놓인다. 추계는 조사와 행정등록 중 어느 하나를 그대로 복사한 숫자가 아니라 출생, 사망, 국제이동의 흐름을 반영해 시간의 연속성을 만든 값이기 때문이다.
절대 규모 선그래프만 보면 차이가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총조사와 장래인구추계가 얼마나 위아래로 벌어지는지를 따로 계산했다.
인구 측정 기준별 차이(주민등록인구 대비)
CSV 다운로드절대 인구 규모가 비슷해 보일 때는 기준 간 차이를 따로 그려야 외국인 포함, 국내 상주 기준, 추계 기준의 효과가 드러난다. 총조사 차이는 조사값이 있는 연도만 해석한다.
2000년, 2005년, 2010년의 총조사 차이는 한국 인구통계의 기준 차이가 최근에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주민등록부는 행정적으로 등록된 국민을 빠르게 세는 장치이고, 인구총조사는 특정 시점에 국내에 상주하는 사람을 세는 장치다. 2000년에는 주민등록인구가 총조사보다 약 160만 명 많았고, 2010년에도 약 193만 명 많았다. 이 차이를 단순한 오류로 보면 안 된다. 주소 등록, 실제 거주, 해외 체류, 조사 기준이 서로 다른 층위에서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 이후에는 방향이 서서히 바뀐다. 2015년에는 주민등록인구가 인구총조사 총인구보다 약 46만 명 많았다. 2020년에는 두 값이 거의 같아졌고, 2024년에는 인구총조사 총인구가 주민등록인구보다 약 58만 8천 명 많아졌다. 외국인 상주 인구가 늘고 내국인 주민등록인구는 줄어든 결과다. 같은 “한국 인구”라는 말 안에서도 국민으로 등록된 인구와 국내에 살고 있는 인구의 관계가 역전된 것이다.
장래인구추계는 또 다른 위치에 있다. 추계인구는 행정등록 숫자도, 한 해 총조사 결과만을 그대로 옮긴 숫자도 아니다. 총조사 기반 위에 출생, 사망, 국제이동의 흐름을 반영해 시간의 연속성을 만든다. 그래서 2024년 중위추계 총인구는 주민등록인구보다 크고 인구총조사 총인구보다 약간 작다. 이 차이는 사소한 기술적 오차가 아니라 분석 목적의 차이다. 행정서비스 대상을 볼 때는 주민등록인구가, 실제 국내 거주자를 볼 때는 총조사가, 미래의 연령구조와 부양비를 볼 때는 추계인구가 더 적합하다.
외국인 처리 방식은 인구 해석을 바꾼다
외국인을 포함하느냐 제외하느냐는 한국 인구의 현재와 미래를 다르게 보이게 한다. 주민등록인구 기준에서는 외국인이 빠지므로 지역의 실제 노동력과 생활 수요가 작게 보일 수 있다. 반면 인구총조사와 내·외국인 인구추계에서는 외국인이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들어온다. 이 차이는 전국보다 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국가데이터처의 내·외국인 인구추계는 이 변화를 별도로 보여준다.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추계에서는 총인구 중 내국인 비중이 2022년 96.8%에서 2042년 94.3%로 낮아지고, 외국인 비중은 같은 기간 3.2%에서 5.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국인 생산연령인구는 3,527만 명에서 2,573만 명으로 줄어드는 반면, 외국인 생산연령인구는 147만 명에서 236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제시된다. 외국인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단지 총인구의 끝자리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누가 일하고 누가 지역을 지탱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까지 바꾸는 셈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과 농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단순한 주변 인구가 아니다. 공장의 생산, 농번기의 노동, 지역 상권, 임대주택, 의료·행정 서비스 수요를 실제로 만든다. 그런데 주민등록인구만 보면 그 지역은 더 빠르게 비어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외국인까지 포함한 상주인구를 보면 지역의 생활 기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말은 외국인 유입이 저출산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한다는 뜻이 아니다. 외국인 인구가 늘면 총인구 감소 속도는 늦출 수 있지만, 돌봄·교육·주거·노동권·지역사회 통합이라는 새로운 정책 과제가 생긴다. 따라서 저출산·고령화 정책은 “출산율을 높일 것인가, 이민을 받을 것인가”처럼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내국인의 가족 형성 조건을 개선하면서, 이미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정주 현실을 정책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재외국민 처리 방식: 국적과 거주는 다르다
재외국민은 인구 측정에서 특히 혼동을 낳는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고, 외국 영주권을 취득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주민등록을 한 사람이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에는 재외국민 주민등록자가 포함된다. 반면 인구총조사는 대한민국 영토 안에 거주하는 인구를 포착하므로, 해외에 실제로 거주하는 국민을 국내 상주인구로 세지 않는다.
재외국민 주민등록은 2015년부터 주민등록인구에 포함되었다. 행정적으로는 매우 필요한 제도다. 해외에 영주권을 가지고 있거나 국외로 이주한 국민이 국내 생활, 금융, 공공서비스, 신분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을 유지하거나 새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지역의 실제 생활수요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주민등록상 특정 지역에 남아 있더라도, 실제 보육·교통·의료·상권 수요는 그 사람이 어디에서 생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차이는 “국민”과 “거주자”가 같은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선거권, 여권, 병역, 재외국민 보호처럼 국적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정책에서는 국민 개념이 중요하다. 그러나 어린이집, 학교, 병원, 지방 교통, 지역 상권, 돌봄시설 같은 생활 인프라를 설계할 때는 실제 거주자가 더 중요하다. 한국에 살지 않는 국민까지 지역의 보육 수요로 계산할 수는 없고, 한국 국적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장기간 사는 사람을 노동시장과 지역서비스 분석에서 빼기도 어렵다.
어떤 기준을 언제 써야 하는가
저출산과 고령화를 분석할 때는 먼저 질문을 분명히 해야 한다. 출산율, 사망률, 고령화율, 부양비처럼 인구학적 비율을 계산할 때는 국가데이터처의 인구동태와 추계인구가 기본 분모가 된다. 행정서비스 대상과 지방자치단체의 월별 변화를 볼 때는 주민등록인구가 유용하다. 국내 거주자의 실제 구성과 가구·주택 구조를 보려면 인구총조사가 더 적합하다. 외국인 유입과 다문화, 이민정책을 논할 때는 내·외국인 구분 통계와 체류자격별 자료를 함께 보아야 한다.
시군구로 내려가면 기준 선택은 더 중요해진다. 어떤 군은 주민등록상 고령화율이 매우 높지만 외국인 노동자와 계절근로자를 포함하면 노동과 소비의 실제 장면은 조금 달라진다. 어떤 도시는 청년 유동인구가 많아 보이지만 주민등록 기준으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지역소멸, 출산장려금, 어린이집, 노인돌봄, 고령층 일자리 정책을 평가할 때 단일한 인구 숫자만 들고 가면 정책 대상이 흐릿해진다.
결국 인구측정이 어렵다는 말은 통계가 불신할 만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분석은 통계의 목적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책은 이후 장에서 주민등록인구, 총조사 인구, 추계인구, 외국인 통계, 재정 자료를 섞어 쓴다. 중요한 것은 자료를 많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에 맞는 분모를 고르고 그 분모가 무엇을 포함하고 무엇을 빠뜨리는지 끝까지 의식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