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3.6. 결혼과 육아의 조건은 실제로 좋아졌는가

저출산 정책은 출산율 반등만이 아니라 출생아 수, 코호트 잔존, 정주 조건, 재정 투입을 함께 놓고 평가해야 한다.

결혼과 육아의 조건은 실제로 좋아졌는가

저출산 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대개 합계출산율이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은 마지막 결과에 가깝다. 그 앞에는 결혼을 할 수 있다고 느끼는가, 아이를 낳아도 일을 계속할 수 있는가,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있는가, 부부가 돌봄을 나눌 수 있는가, 그리고 아이를 낳은 뒤의 삶이 지나치게 불안해지지 않는가라는 더 긴 질문들이 놓여 있다. 출산율이 오르지 않았다는 말만으로는 정책이 실패했는지, 혹은 정책이 닿지 못한 생활조건이 남아 있는지 구분할 수 없다.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는 이 점을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준다. 조사 결과는 결혼과 출산 결정에서 주거·일자리 등 경제적 조건, 일·가정 양립, 돌봄서비스 이용 가능성이 핵심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미혼자가 결혼을 피하는 이유도 단순히 가치관 변화만이 아니었다. 남성에게는 결혼식 비용과 신혼집 마련 같은 경제적 부담이, 여성에게는 결혼 이후 역할 부담이 크게 나타났다. 무자녀 응답자 중 상당수는 자녀 출산계획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것은 출산 의향의 문제가 아니라 결혼과 양육 이후의 삶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다.

따라서 이 절의 질문은 “정책이 얼마나 많이 생겼는가”가 아니다. 더 정확한 질문은 “정책이 결혼과 육아의 질을 실제로 바꾸었는가”이다. 여기서 질은 감상적인 표현이 아니다. 정책평가의 언어로 바꾸면 접근성, 사용 가능성, 신뢰성, 형평성, 지속성의 문제다. 좋은 제도는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쓸 수 있는 제도다. 좋은 돌봄은 정원이 있는 돌봄이 아니라 부모가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이다. 좋은 일·가정 양립은 법에 적힌 휴직이 아니라 승진과 평가 불이익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쓸 수 있는 권리다.

결혼·출산·육아 조건의 변화

CSV 다운로드
출처: KOSIS 인구동태·주택소유통계·신혼부부통계, e-나라지표 청년고용·출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급여 현황, KOSIS 어린이집 특수보육 현황

40세 미만 주택보유율, 청년 취업자, 육아휴직 수급자, 야간연장 어린이집 비중을 기준연도 100 지수로 비교했다. 육아휴직은 2017년을 기준으로 삼았다.

위 그림은 의도적으로 결과 지표를 제외하고 조건 지표만 남겼다. 조혼인율과 조출생률은 정책이 겨냥하는 결과에 가깝기 때문에, 이 그림에서는 결혼과 출산 이전의 생활조건이 실제로 좋아졌는지를 보는 데 집중한다. 육아휴직 수급자는 늘고, 야간연장 어린이집 비중도 높아졌다. 정책 장부 위에서는 일하는 부모의 시간 문제를 다루려는 장치가 확대된 셈이다. 그러나 40세 미만 가구주의 주택보유율은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청년 취업자 지수 역시 가족 형성의 자신감을 회복시킬 만큼 강하게 좋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즉 일부 제도는 늘었지만,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바탕 조건은 같은 속도로 좋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청년의 소득은 적어도 좋아졌는가. 이 질문에는 먼저 구분이 필요하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처분가능소득은 기본적으로 그해의 원화 금액, 곧 명목소득이다. 명목소득은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여주지만, 물가가 오른 뒤 실제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는 청년에게 중요한 것은 “월급 숫자가 늘었는가”만이 아니라 “그 돈으로 집을 구하고, 생활비를 내고, 아이를 키울 여력이 실제로 늘었는가”이다.

29세 이하·30대 가구주의 명목 처분가능소득

CSV 다운로드
출처: KOSIS DT_1HDAAA06 가구주연령계층별 자산·부채·소득 현황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가구주 연령계층별 처분가능소득 원자료다. 공식 분류상 20대는 '29세 이하'로 제시되므로, 여기서는 20대 이하 초기 가구주와 30대 가구주를 비교한다.

명목소득만 보면 29세 이하와 30대 가구주의 처분가능소득은 2017년 이후 분명히 증가했다. 29세 이하 가구주는 2017년 약 2,830만원에서 2025년 약 3,840만원으로 늘었고, 30대 가구주는 약 4,530만원에서 약 5,980만원으로 늘었다. 증가율로 보면 각각 35.7%, 32.0%다. 이 숫자만 보면 청년 세대의 경제 조건이 나빠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로 조정해 2025년 가격 기준 실질소득으로 바꾸면 그림은 훨씬 차분해진다. 같은 기간 29세 이하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약 3,380만원에서 3,840만원으로 13.6% 늘었고, 30대는 약 5,410만원에서 5,980만원으로 10.5% 늘었다. 명목소득 그래프에서는 꽤 가파른 개선처럼 보이던 변화가, 실질소득 그래프에서는 완만한 개선으로 낮아진다.

29세 이하·30대 가구주의 실질 처분가능소득

CSV 다운로드
출처: KOSIS DT_1HDAAA06 가구주연령계층별 자산·부채·소득 현황, KOSIS DT_1J22135 연도별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전국 총지수, 2020=100)

명목 처분가능소득을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로 조정해 2025년 가격 기준 백만원으로 환산했다. 물가 상승 이후 남는 구매력의 변화를 보기 위한 그림이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저출산 논의에서 소득이 단순한 회계 항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이 결혼을 결심하려면 “올해 얼마를 버는가”보다 “앞으로 10년 동안 버티고 계획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물가가 오르면 식비와 교통비, 주거 관리비, 보육비, 교육비가 함께 오른다. 집을 마련하거나 이사를 하고, 임신·출산기를 지나고, 아이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의 생활비를 생각하면 명목소득의 상승은 곧바로 생활 안정감으로 번역되지 않는다. 소득이 증가했는데도 결혼과 출산의 자신감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바로 이 실질 구매력과 장기 비용의 차이에서 찾아야 한다. 저출산 정책이 현금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관적 지표도 이 점을 보완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의 삶에 대한 만족도 평균은 2013년 이후 20대와 30대에서 완만하게 상승했다. 19~29세는 2013년 5.7점에서 2025년 6.7점으로, 30~39세는 5.8점에서 6.8점으로 높아졌다. 이 결과는 “청년의 삶은 계속 나빠지기만 했다”는 통념과는 다르다. 다만 만족도 상승이 곧 결혼과 출산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삶의 만족은 현재의 감정과 적응을 반영하지만, 결혼과 출산은 장기 위험을 떠안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20대·30대 삶의 만족도 평균 추세

CSV 다운로드
출처: KOSIS DT_417001_0002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 삶에 대한 만족도

0점은 전혀 만족하지 않음, 10점은 매우 만족함을 뜻한다. 2019년까지는 만 19~69세, 2020년부터는 만 19세 이상 응답자 기준이다.

수도권의 20대와 30대가 다른 지역보다 더 낮은 삶의 만족도를 보이는지도 조심스럽게 보아야 한다. 공개된 KOSIS 사회통합실태조사 표는 연령별 삶의 만족도와 동·읍면부 분류를 제공하지만, “연령×수도권” 교차표를 바로 제공하지 않는다. 국가데이터처의 수도권 광역지표는 사회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재산출해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삶의 만족도 비율을 제공하지만, 이 역시 전체 연령 기준이다. 따라서 아래 그림은 수도권 청년만을 직접 비교한 결과가 아니라, 수도권 전체의 주관적 삶의 질 배경을 확인하는 보조 자료로 읽어야 한다.

수도권과 서울·인천·경기의 삶의 만족도 비교

CSV 다운로드
출처: 국가데이터처 수도권 광역지표 삶의 만족도(idctId=42), 사회조사 및 사회조사 마이크로데이터 재산출

현재 삶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응답한 13세 이상 인구 비율이다. 공개 지표는 연령×수도권 교차표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20·30대 전국 추세와 수도권 전체 추세를 나란히 읽어야 한다.

그 범위 안에서 보면 수도권이 전국보다 일관되게 낮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2025년 기준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국 45.3%, 수도권 45.6%로 거의 비슷하고, 서울은 44.2%로 수도권 평균보다 낮지만 경기와 인천은 그보다 높다. 그러나 이것을 “수도권 청년은 괜찮다”는 결론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삶의 만족도 평균은 공간 안의 비용과 경쟁, 통근, 주거불안을 충분히 분해하지 못한다. 수도권은 기회가 많은 곳이지만, 바로 그 기회 때문에 더 비싼 집값과 더 긴 통근, 더 높은 경쟁 압력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수도권 청년이 이미 예외적 소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2025년 주민등록인구 기준 전국 20~39세는 약 1,235.9만 명이고, 이 가운데 서울·인천·경기에 사는 인구는 약 697.1만 명으로 56.4%에 이른다. 서울만 해도 20~39세가 약 271.8만 명이고, 경기도는 약 348.3만 명이다. 수도권 집중을 걱정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미 수도권에 살고 있는 청년 다수를 정책 바깥에 두는 방식으로 균형발전을 추진할 수는 없다.

2025년 20·30대 인구의 수도권 집중

CSV 다운로드
출처: KOSIS DT_1B04006 행정구역(시군구)별/1세별 주민등록인구, 총인구수, 2025년

20~39세 주민등록인구를 1세별로 합산했다. 수도권은 서울·인천·경기 합계이며, 비중은 전국 20~39세 인구 대비 비율이다.

여기서 정책의 역설이 생긴다. 우리는 청년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많은 청년이 수도권에서 학교를 다니고 일하고 독립하고 결혼을 고민한다. 그런데 정책은 종종 이들을 “분산되어야 할 인구”로만 본다. 수도권의 주거·돌봄·교통·문화 인프라를 충분히 늘리는 정책은 균형발전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뒤로 밀리고, 수도권에서의 고달픈 삶이 오히려 집중을 완화할 것처럼 취급된다. 그러나 생활조건을 나쁘게 만들어 이동을 유도하는 방식은 인구정책이 아니라 방치에 가깝다. 사람은 불편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떠난 곳에서도 괜찮은 삶을 설계할 수 있을 때 이동한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정책도 이 맥락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은 혁신도시와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한 중요한 균형발전 수단이다. 정부는 2017년 정책브리핑에서 이전 공공기관 신규채용의 지역인재 비율을 2022년까지 30%로 단계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지역 청년에게 기회를 열어 주는 긍정적 기능이 있다. 다만 제도의 설계가 이전 지역의 대학·고등학교 졸업 여부를 중심으로 작동할 경우, 수도권에서 성장했지만 지역으로 내려가고 싶은 청년, 혹은 지역 출신이지만 수도권 대학을 나온 청년에게는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 균형발전이 지역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정책이어야 한다면, 동시에 수도권 청년의 이동 가능성을 닫아 버리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중요한 질문은 수도권 청년이 더 낮은 만족도를 보이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높은 기회와 높은 비용이 같은 공간에 결합될 때 결혼과 출산의 장기 계산은 어떻게 바뀌는가. 수도권 청년에게 필요한 주거·교통·돌봄 인프라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역으로 이동하고 싶은 청년에게 실제로 열린 경로가 있는가. 수도권 청년 정책과 균형발전 정책은 서로 적이 아니다. 수도권에 사는 청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과, 지역에서 살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히는 일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문헌들은 이 간극을 반복해서 지적해 왔다. OECD의 일·가정 양립 연구는 출산과 고용을 함께 보아야 한다고 본다. 부모가 일을 계속할 수 없으면 출산은 경력 손실의 위험이 되고, 반대로 부모가 돌봄을 감당할 수 없으면 고용은 가족생활의 장애가 된다. Peter McDonald의 젠더 형평성 이론도 비슷한 지점을 짚는다. 교육과 노동시장에서는 여성의 기회가 확대되었는데, 가족 안과 가족정책에서는 여전히 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더 많이 남아 있으면 초저출산이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상황은 이 이론과 잘 맞는다. 여성은 교육과 노동시장에서는 더 독립적인 시민이 되었지만, 결혼 이후 가사·돌봄·경력단절 위험은 여전히 충분히 재분배되지 않았다.

정책보고서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KIHASA의 「2024년도 가족과 출산 조사」는 결혼 필요성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아졌음에도 임신과 출산 관련 지표, 실제 출생아 수, 이상자녀수 등이 2021년보다 나빠졌다고 정리한다. 이는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라기보다, 결혼과 출산을 실현할 조건이 약해졌다는 쪽에 더 가깝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도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를 3대 핵심 분야로 설정했다. 정부도 결국 출산율 자체가 아니라 생활조건의 세 축을 건드려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세 축의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생활의 질이 곧바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주거정책은 청약 기회나 대출 한도만이 아니라 결혼 초기의 거주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출산 이후 더 넓은 집으로 옮겨 갈 수 있는지, 직장과 돌봄시설이 있는 생활권 안에 머물 수 있는지, 전세·월세 부담이 첫째와 둘째 출산의 위험으로 계산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히 “출산가구 우대”를 붙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결혼 전 청년, 신혼부부, 임신·출산기 가족, 두 자녀 이상 가족의 주거 경로가 끊기지 않아야 한다.

돌봄도 같은 방식으로 보아야 한다. 어린이집 수가 충분하다는 말은 부모의 체감과 다를 수 있다. 부모가 실제로 묻는 것은 “집 근처에 빈자리가 있는가”, “출근 시간에 맡길 수 있는가”, “아이가 아플 때 대안이 있는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오후 시간을 버틸 수 있는가”, “교사가 자주 바뀌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가”이다. 2024년 인식조사에서 가정방문 돌봄 수요가 높지만 이용률은 낮다는 결과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돌봄의 질은 시설 총량보다 시간, 거리, 신뢰, 긴급 대응 능력에서 결정된다.

일·가정 양립은 더욱 까다롭다. 육아휴직 수급자가 늘어난 것은 중요한 성과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제도를 실제로 쓴 사람의 규모를 보여줄 뿐, 쓰지 못한 사람의 규모를 함께 보여주지는 않는다.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승진 경쟁이 강한 직장에 있는 사람에게 육아휴직은 법적 권리이면서 동시에 현실적 위험일 수 있다. OECD가 강조한 것도 바로 직장 관행이다. 세금·급여·보육 지원이 있어도 직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승진 불이익이 유지되면 부모는 제도를 사용하기 어렵다.

결혼의 질 역시 단순한 혼인 건수로 측정되지 않는다. 결혼은 두 사람이 감정적으로 끌리는 사건이지만, 동시에 생활비와 주거비, 양가 관계, 가사 분담, 경력 조정, 출산 이후 역할 배분을 협상하는 제도적 결정이다. 특히 여성에게 결혼이 더 많은 돌봄과 경력 손실을 의미한다면, 결혼은 안정이 아니라 위험이 된다. 그래서 결혼 의향을 높이는 정책은 결혼식을 싸게 해 주는 정책이 아니라, 결혼 이후 삶의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이어야 한다. 부부가 같이 벌고 같이 돌보며 같이 쉴 수 있어야 결혼이 “손해 보는 선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선택”이 된다.

이 대목에서 기존 저출산정책 평가의 한계가 드러난다. 성과평가 보고서들은 예산 집행률, 사업 수, 수급자 수, 만족도 같은 지표를 많이 사용한다. 이 지표들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예산이 집행되었다고 생활이 바뀐 것은 아니고, 수급자가 늘었다고 사각지대가 줄어든 것은 아니며, 만족도가 높다고 출산 결정의 장기 위험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결혼과 육아의 질을 평가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함께 필요하다.

평가 차원물어야 할 질문왜 중요한가
접근성필요한 사람이 실제로 제도를 알고 신청할 수 있는가정책이 있어도 모르거나 신청이 복잡하면 생활조건은 바뀌지 않는다
사용 가능성직장과 가족 안에서 불이익 없이 쓸 수 있는가육아휴직과 유연근무는 법보다 조직문화가 성패를 가른다
시간 적합성부모의 출퇴근, 야간·휴일, 초등 방과후 시간과 맞는가돌봄 공백은 총량 부족보다 시간 불일치에서 자주 발생한다
신뢰와 품질맡길 수 있는 사람과 시설을 안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돌봄의 질이 낮으면 부모는 비용을 더 들여 사적 대안을 찾는다
형평성중소기업, 비정규직, 자영업자, 지역 거주자도 같은 수준으로 접근하는가제도가 안정적 노동자에게만 집중되면 저출산 완화 효과는 제한된다
생애 지속성결혼 전, 임신·출산기, 영유아기, 초등기까지 지원이 끊기지 않는가출산 결정은 출생 순간이 아니라 긴 양육 경로 전체를 보고 이루어진다

이렇게 보면 3.6절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정책 이용 지표는 개선되는데 혼인과 출생, 주거 안정, 청년 고용의 지표가 같은 속도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책은 생활조건의 일부만 건드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저출산 정책은 더 많은 사업을 만드는 방향이 아니라, 결혼과 육아의 질을 실제로 높이는 방향으로 평가틀을 바꾸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결혼과 육아의 조건은 좋아졌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조심스럽다. 일부 제도는 분명히 나아졌다. 육아휴직은 더 넓어졌고, 돌봄서비스의 종류도 늘었다. 그러나 결혼 이후의 역할 부담, 주거 불안, 청년 고용의 불확실성, 돌봄의 시간 불일치, 제도 사용의 격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정책의 성과를 말하려면 출산율 반등을 기다리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청년이 결혼해도 괜찮다고 느끼는가. 부모가 아이를 낳아도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느끼는가. 아이를 맡길 곳이 단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가. 이 질문들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을 때, 저출산 정책은 비로소 출산율이라는 결과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 절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2024년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 KIHASA의 「2024년도 가족과 출산 조사」와 저출산 정책 평가 연구, OECD의 일·가정 양립 연구, McDonald의 젠더 형평성 이론, KOSIS 가계금융복지조사·소비자물가조사·주민등록인구,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 국가데이터처 수도권 광역지표, 국토교통부·교육부의 지방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정책자료를 함께 참고해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