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2.1. 인구가 증가한 지역은
전국 인구 감소는 모든 지역이 동시에 줄어든다는 뜻이 아니다. 같은 20년 동안에도 성장축과 축소축이 함께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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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인구가 줄어든다는 말은 익숙하다. 그러나 그 문장은 너무 크게 말하기 때문에 중요한 차이를 지운다. 전국 합계가 정체되거나 감소해도 어떤 지역은 계속 늘 수 있고, 다른 지역은 훨씬 빠르게 줄 수 있다. 실제로 주민이 사라지는 곳과 주민이 몰리는 곳이 동시에 생긴다면, 정책 질문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인구의 공간적 재배치가 된다.
인구변화를 어떻게 측정했는가
이 절의 목적은 “2024년에 어느 지역 인구가 많았는가”가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어느 지역의 인구가 더 빠르게 늘거나 줄었는가”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시작연도와 끝연도의 차이만 비교하지 않고, 각 시군구의 연도별 인구 추세를 회귀식으로 요약했다.
사용한 자료는 KOSIS DT_1B040A3의 행정구역별 주민등록인구다. 관찰기간은 원칙적으로 2004년부터 2024년까지이며, 시군구 i와 연도 t에 대해 주민등록인구를 P_{i,t}라고 두었다. 각 시군구별로 다음의 단순회귀식을 따로 추정했다.
여기서 β_i가 이 절의 핵심 지표다. β_i는 해당 시군구의 인구가 1년에 평균적으로 몇 명씩 늘거나 줄었는지를 뜻한다. β_i > 0이면 증가 추세, β_i < 0이면 감소 추세로 해석했다. 예를 들어 β_i = 10,000이면 관찰기간 동안 그 지역 인구가 매년 평균 약 1만 명씩 증가한 것으로 읽는다. 지도에서 붉은색은 β_i가 양수인 지역, 푸른색은 음수인 지역이다.
계산 절차는 네 단계다. 첫째, KOSIS 원자료에서 성별 합계와 총인구 항목만 남겼다. 둘째, 시군구 단위로 연도별 주민등록인구를 정리했다. 셋째, 관찰값이 충분한 지역만 대상으로 각 지역별 회귀식을 추정했다. 넷째, 회귀계수 β_i를 지도 경계 자료와 연결해 시각화했다. 행정구역이 늦게 만들어진 세종시는 2012년 이후 자료만 사용했고, 통합·분구·출장소처럼 경계 변화가 있는 지역은 결과 해석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보조 지표도 함께 계산했다. 시작연도 인구를 P_{i,s}, 끝연도 인구를 P_{i,e}라고 할 때 절대 변화와 변화율은 다음과 같이 계산했다.
다만 지도 색은 이 변화율이 아니라 회귀계수 β_i를 기준으로 칠했다. 변화율은 작은 지역에서 크게 튈 수 있지만, 회귀계수는 실제 행정서비스와 주거·교통·학교 수요에 더 직접적인 “연평균 사람 수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군구 인구 변화 속도: 연도 회귀계수(2004-2024)
CSV 다운로드각 시군구별로 주민등록인구를 종속변수, 연도를 독립변수로 한 단순회귀의 연도 계수다. 붉은색은 증가, 푸른색은 감소를 뜻하며 색이 진할수록 연평균 변화 규모가 크다.
분석 대상 265개 시군구 가운데 회귀계수가 양수인 지역은 92곳, 음수인 지역은 173곳이었다. 중위값은 연 -343명 수준이다. 즉 절반 이상의 지자체는 지난 20년 동안 완만하거나 뚜렷한 감소 흐름을 보였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지역은 계속 증가했다. 한국의 인구 문제는 전국이 한꺼번에 가라앉는 그림이라기보다, 늘어나는 곳과 줄어드는 곳이 동시에 벌어지는 그림에 가깝다.
가장 빠르게 늘어난 지역은 화성시였다. 2004년 약 27만 명이던 주민등록인구는 2024년 약 97만 명까지 커졌고, 회귀계수는 연평균 약 3만 5천 명 증가로 추정된다. 세종시는 행정도시 건설 이후의 짧은 기간만 관찰되지만 연평균 약 2만 6천 명 증가했다. 그 뒤를 용인시, 김포시, 남양주시, 청주시, 인천 서구, 파주시, 하남시, 평택시 등이 따른다.
이 명단에는 공통점이 있다. 수도권 남부와 서부의 주거 확장, 산업단지와 광역교통망, 신도시 개발, 행정기관 이전이 겹친 지역이 많다. 출산율이 높아서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했기 때문에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인구 증가 지역을 볼 때는 출생보다 이동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인구가 증가한 지자체는 저출산의 예외라기보다, 저출산 시대에도 인구를 끌어당기는 공간 조건을 가진 곳이다.
반대로 감소가 큰 지역은 서울의 일부 오래된 주거지역, 부산·대구 원도심권, 일부 산업도시와 지방 중소도시에 걸쳐 나타난다. 이 지역들은 아이가 적게 태어나는 문제와 청년·가구의 이동 문제가 함께 작동한다. 출산율을 조금 높이는 정책만으로는 이 감소를 되돌리기 어렵다. 일자리, 주거, 교육, 교통, 생활서비스가 함께 재편되지 않으면 젊은 가구가 머물 이유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지도는 행정구역 개편의 흔적을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세종시는 2012년 이후의 신설 도시이고, 창원·청주처럼 통합이나 구 조정이 있었던 지역은 회귀계수에 제도적 경계 변화가 섞일 수 있다. 그래서 이 그림은 각 지역의 장기 추세를 한눈에 보기 위한 출발점이지, 모든 지역의 인과관계를 확정하는 결론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분석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 인구는 단순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 성장축으로 재배치되고 있다. 인구감소 대책이 전국에 같은 방식으로 뿌려지는 보조금 정책에 머물면 이 구조를 제대로 다루기 어렵다. 줄어드는 지역에는 정주 조건과 생활서비스 유지 전략이 필요하고, 늘어나는 지역에는 주거·돌봄·교통·교육 수요를 감당할 계획이 필요하다. 인구정책은 이제 출산정책만이 아니라 공간정책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