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2.4. 인구 집중도는 심화되는가
전국 인구 감소는 모든 지역이 동시에 줄어든다는 뜻이 아니다. 같은 20년 동안에도 성장축과 축소축이 함께 만들어진다.
익명 의견 남기기
앞 절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인구가 증가한 지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그 증가가 전국 곳곳에 고르게 퍼진 것인가, 아니면 특정 거점으로 더 강하게 몰린 것인가. 인구감소 시대의 핵심은 단지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어디에 남고, 어디로 옮겨 가며, 어떤 생활권이 더 두꺼워지는지가 정책의 실제 압력을 만든다.
이 절에서는 시군구별 주민등록인구를 이용해 인구 집중도를 계산했다. 다만 행정구역 자료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수원시·용인시·청주시처럼 시 전체와 하위 구가 동시에 집계되는 경우가 있고, 화성시 출장소처럼 인구가 0으로 잡히는 보조 행정단위도 있다. 이런 중복을 그대로 두면 같은 인구를 두 번 세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하위 구가 실제 인구를 가지고 별도 집계되는 도시는 하위 구를 사용하고, 인구가 0인 보조 행정단위는 제외해 가능한 한 동일한 공간 단위에 가깝게 정리했다.
시군구 인구 집중도: 상위 지역·수도권·성장거점 비중
CSV 다운로드행정구역 중복을 줄이기 위해 구가 별도로 집계되는 도시는 하위 구를 사용하고, 출장소처럼 인구가 0인 보조 행정단위는 제외했다. 성장거점 20개는 2024년 기준 하위 행정단위 중 2004-2024년 회귀계수가 큰 지역이다.
첫 번째로 볼 지표는 상위 지역의 비중이다. 2004년 상위 10개 시군구는 전체 인구의 11.6%를 차지했고, 2024년에는 12.3%로 올랐다. 상위 20개 비중은 21.3%에서 21.8%로 조금 높아졌고, 상위 50개 비중은 오히려 45.5%에서 45.1%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숫자만 보면 한국의 시군구 인구가 소수 대도시로 폭발적으로 집중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단순한 상위 순위 기준의 집중은 완만하다.
그러나 수도권과 성장거점을 따로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수도권 비중은 2004년 47.8%에서 2024년 50.9%로 높아졌다. 전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인천·경기 생활권에 놓인 셈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성장거점 20개 지역의 비중이다. 2004년 9.4%였던 이 비중은 2024년 18.5%까지 올라갔다. 인구가 늘어난 지역이 몇 곳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인구 증가를 이끈 지역들이 전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몫 자체가 크게 커진 것이다.
여기서 성장거점 20개란 2024년 기준으로 실제 인구가 집계되는 행정단위 중에서 2004년부터 2024년까지의 인구 회귀계수가 큰 지역을 뜻한다. 화성시, 세종시, 김포시, 남양주시, 인천 서구, 파주시, 하남시, 평택시, 광주시, 용인 기흥구, 제주시, 대전 유성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지역들은 모두 같은 성격의 도시는 아니지만, 대체로 신도시 개발, 광역교통망, 산업·행정 기능, 대학·연구개발, 주거 확장이 결합된 곳이다.
시군구 인구 분포 지표: 지니계수·HHI·유효 지역 수
CSV 다운로드지니계수와 HHI가 높아질수록 인구가 소수 지역에 더 몰린다. 유효 지역 수는 1/HHI 형태의 직관적 환산값으로 낮아질수록 집중이 강해진다.
분포 지표도 비슷한 결론을 보탠다. 지니계수는 2004년 0.430에서 2024년 0.440으로 소폭 상승했다. HHI도 65.2에서 65.7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유효 지역 수는 153.4에서 152.3으로 약간 줄었다. 즉 전체 시군구 분포가 단기간에 극단적으로 쏠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안정적인 표면 아래에서 수도권과 성장거점의 몫은 분명히 커졌다.
따라서 “인구 집중도가 심화되는가”라는 질문에는 조건부로 답해야 한다. 전국의 모든 인구가 단순히 상위 몇 개 도시로만 몰리는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인구 증가의 방향은 매우 선택적이다. 수도권 축과 몇몇 성장거점은 더 두꺼워지고, 그 바깥의 많은 지역은 얇아진다. 그래서 한국의 인구 문제는 총량 감소와 공간 집중이 동시에 진행되는 문제다.
여기서 정책의 질문도 달라진다. 인구가 늘어나는 거점에는 교통, 학교, 보육, 의료, 주거 공급이 뒤따라야 한다. 반대로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는 같은 방식의 성장 전략을 반복하기보다 생활서비스 유지, 거점 압축, 고령층 이동권, 지역 간 기능 분담을 고민해야 한다. 인구 집중을 막겠다는 구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집중이 진행되는 축을 인정하고, 그 바깥 지역이 어떻게 인간다운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