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2. 인구는 정말 감소하는가
전국 인구 감소는 모든 지역이 동시에 줄어든다는 뜻이 아니다. 같은 20년 동안에도 성장축과 축소축이 함께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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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는 전국 총량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 정책은 공간 위에서 작동한다. 어느 지역의 학교가 문을 닫고, 어느 지역의 도로와 병원이 버틸 수 있는지, 어느 도시의 주택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지는 전국 합계 인구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장은 먼저 질문을 바꾼다. 한국 인구가 줄어든다는 말은 모든 지자체가 같은 속도로 줄어든다는 뜻인가. 지난 20년 동안 시군구별 인구 변화를 살펴보면 답은 그렇지 않다. 한쪽에서는 수도권의 주거·산업 확장축이 인구를 흡수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원도심과 농산어촌, 일부 산업도시가 빠르게 얇아졌다.
인구 감소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출생아 수만 볼 수 없다. 출생, 사망, 전입, 전출이 겹치면서 인구는 지역 사이에서 재배치된다. 이 장의 첫 분석은 그 재배치가 지도 위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어지는 질문은 그 재배치가 얼마나 집중을 만들고 있는가이다. 증가 지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증가가 전국 여러 지역에 넓게 퍼진 것인지, 아니면 몇몇 성장거점과 수도권 축에 더 강하게 모이는 것인지 확인해야 인구감소 시대의 지역정책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
이 장에서 밝혀진 것
이 장에서 먼저 확인한 것은 “한국 인구가 줄어든다”는 문장이 지역의 현실을 너무 거칠게 요약한다는 점이다. 전국 총량이 정체하거나 감소해도 어떤 지자체는 지난 20년 동안 인구가 늘었다. 반대로 어떤 지역은 출생 감소와 전출, 산업 기반 약화가 겹치면서 빠르게 축소되었다.
시군구별 회귀계수 지도는 인구변화가 무작위로 흩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수도권의 주거 확장축, 산업과 일자리가 이어지는 도시권, 일부 행정·혁신 거점은 인구를 흡수했다. 반면 농산어촌과 원도심, 산업 전환의 충격을 받은 지역은 같은 기간 더 얇아졌다. 인구감소는 숫자의 축소이면서 동시에 생활권의 재배열이다.
고령층 인구와 생산연령인구를 나누어 보면 문제는 더 분명해진다. 어떤 지역의 전체 인구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 늘어난 것은 고령층이고,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15~64세 인구는 줄어들 수 있다. 복지 부담을 말할 때와 지역 경제의 지속성을 말할 때 같은 인구증감률만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중도 분석은 증가 지역의 존재가 곧 균형 발전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낸다.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이 있어도 그 증가가 몇몇 거점에 좁게 모이면, 나머지 지역의 서비스 유지 비용과 주민 접근성 문제는 더 커진다. 인구감소 시대의 지역정책은 “어느 지역을 살릴 것인가”보다 “어떤 생활권 단위로 공공서비스를 유지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국제 비교는 한국의 저출산이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동아시아 가족형성 체제의 한 표현임을 알려준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역시 결혼 지연, 높은 주거비, 긴 노동시간, 교육경쟁, 성별 돌봄 부담이 겹치며 낮은 출산율을 경험한다. 다만 이민, 비혼 출산, 가족정책의 포괄성에서 유럽과 다른 경로가 나타난다.
다음 장은 이 구조 위에서 정책을 점검한다. 인구가 줄고 지역이 갈라지는 상황에서 저출산 정책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 왔는가. 현금지원, 주거지원, 돌봄, 육아휴직, 지역 출산장려금은 실제로 결혼과 출생, 그리고 정주 조건을 바꾸었는가. 정책은 좋은 의도보다 작동 경로로 평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