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5.10. 빈집은 생활권 약화의 신호인가

출산 결정은 어느 날 갑자기 내려지는 선택이 아니라 독립, 주거, 혼인, 임신·출산, 돌봄 복귀가 이어지는 생활시간표 위에서 만들어진다.

빈집은 단순히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아니다. 인구, 가구, 주택, 생활서비스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일 때 공간에 남는 흔적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가구 수가 늘어 주택 수요가 유지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사람이 빠져나가고 집만 남는다. 그 차이가 커질수록 빈집은 지역 생활권의 약화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다만 빈집을 읽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점이 있다. 같은 “빈집”이라는 말도 어느 기관이 어떤 목적으로 세느냐에 따라 통계의 의미가 달라진다. 국가데이터처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말하는 빈집은 조사기준일 현재 사람이 살지 않는 미거주 주택에 가깝다. 따라서 신축주택, 매매·임대 대기, 이사 등 비교적 짧은 공실도 포착될 수 있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도 포함된다. 반면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의 빈집실태조사에서 말하는 빈집은 1년 이상 사용 또는 거주하지 않은 주택이다. 법령상으로도 시장·군수 등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은 주택을 뜻하며, 미분양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처럼 별도로 관리되는 주택은 제외된다.

구분국가데이터처 인구주택총조사국토교통부 빈집실태조사
기본 개념조사시점에 사람이 살지 않는 미거주 주택1년 이상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은 장기 빈집
측정 목적주택 재고와 거주 상태를 넓게 파악정비, 철거, 활용 등 정책 개입 대상 파악
포함 범위신축, 매매·임대·이사, 미분양, 공공임대까지 포함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넓음미분양주택, 공공임대주택 등은 제외되어 상대적으로 좁음
작성 주기매년 11월 1일 기준 승인통계5년 이내 주기의 행정조사 자료
해석 방향주택시장과 생활권 변화의 잠재 신호방치, 안전, 경관, 생활환경 문제의 관리 대상

따라서 이 절의 그림을 국토부 빈집실태조사의 숫자와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 아래 그림은 국가데이터처 인구주택총조사의 미거주 주택 기준으로, 빈집의 넓은 저량을 보여준다. 생활권 쇠퇴를 바로 단정하기보다는 “어디에서 공실이 늘어나는가”를 먼저 보는 지표로 읽어야 한다. 그 다음 단계에서 국토부 빈집실태조사처럼 장기 방치성 빈집을 따로 확인해야 실제 정비 대상과 정책 비용을 판단할 수 있다.

빈집 수와 전체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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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YL202005 미거주주택(빈집)비율, 국가데이터처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미거주 주택의 넓은 저량과 전체 주택 재고를 함께 보여주는 그림이다. 비율 추세는 아래 보조 그림에서 따로 제시한다.

전국의 미거주주택 수는 전체 주택 재고가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함께 증가해 왔다. 이는 단순한 공급 부족이나 공급 과잉 중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주택은 늘었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머물고 싶은 생활권은 제한되어 있다는 뜻일 수 있다. 특히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서 미거주 주택이 늘면, 그것은 단지 집 한 채가 비었다는 사건이 아니라 생활권의 수요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그렇다면 국토교통부의 빈집실태조사 기준으로 보면 문제의 크기는 어떻게 달라질까. 2022년 KOSIS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미거주주택은 전국 145만1554호였지만,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2년 빈집실태조사 기준 장기 빈집은 13만2052호였다. 숫자가 10분의 1 가까이 줄어드는 이유는 빈집이 갑자기 사라져서가 아니다. 앞의 통계는 조사시점에 사람이 살지 않는 넓은 공실 저량이고, 뒤의 통계는 1년 이상 사용 또는 거주하지 않아 정비·관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장기 빈집이기 때문이다.

빈집 통계 기준별 전국 비교(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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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YL202005 미거주주택(빈집)비율, 관계부처합동 보도자료 「전국 빈집 현황 정확하게 파악 가능해진다」(2023.6.8.)

KOSIS는 조사시점의 미거주 주택, 관계부처 빈집실태조사는 1년 이상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은 장기 빈집 기준이다.

국토부 기준 장기 빈집 13만2052호를 다시 나누어 보면 농촌지역 6만6024호, 도시지역 4만2356호, 어촌지역 2만3672호이다. 장기 빈집은 대도시의 단기 공실보다 농촌과 어촌의 생활권 약화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농촌지역 빈집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빈집 정책이 단순한 주택 재고 관리가 아니라 농촌 정주, 고령가구 안전, 지역 돌봄, 교통 접근성의 문제와 함께 다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국토교통부 등 빈집실태조사 기준 장기 빈집 구성(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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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관계부처합동 보도자료 「전국 빈집 현황 정확하게 파악 가능해진다」 붙임3 전국 빈집 현황(2022년도 기준)

도시지역은 소규모주택정비법, 농촌·어촌지역은 농어촌정비법 기준으로 조사된 값이며 일부 지역은 중복 조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모든 빈집을 같은 무게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수도권이나 성장 지역의 공실은 이사, 신규 입주 대기, 임대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마찰적 공실일 수 있다. 반대로 고령화가 빠르고 청년층 유출이 지속되는 지역의 빈집은 장기간 방치될 가능성이 더 크다. 같은 빈집률이라도 한쪽은 주택시장의 회전 과정이고, 다른 한쪽은 지역의 유지 능력이 약해지는 과정일 수 있다.

빈집은 특히 비수도권과 고령화 지역에서 더 무겁게 읽힌다. 한 채의 빈집은 사적인 재산 문제처럼 보이지만, 빈집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학교, 상권, 병원, 대중교통의 유지 가능성과 연결된다. 사람이 줄고 빈집이 늘면 남아 있는 가구의 생활비용도 커진다. 가까운 가게가 사라지고, 병원까지의 거리가 멀어지고, 아이를 맡길 곳과 학교 선택지가 줄어든다.

전국 미거주주택(빈집)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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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SIS DT_1YL202005 미거주주택(빈집)비율, 국가데이터처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조사시점의 미거주 주택 기준이다. 국토부 빈집실태조사의 1년 이상 장기 빈집 기준과 구분해 읽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두 통계를 나누어 써야 한다. 국가데이터처의 미거주 주택 통계는 어느 지역에서 주택과 인구의 균형이 흔들리는지 조기에 보여주는 탐색 지표다. 국토부의 빈집실태조사는 그중 실제로 방치, 안전, 경관, 범죄위험, 철거 비용 같은 정책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대상을 좁혀 가는 집행 지표다. 전자는 “어디를 더 살펴볼 것인가”를 묻고, 후자는 “무엇을 정비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묻는다.

따라서 빈집 정책은 철거와 정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생활권을 유지할 것인지, 어떤 지역은 압축적으로 재편할 것인지, 고령층과 1인가구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거·돌봄 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의 문제다. 인구감소 시대의 주거정책은 집의 수보다 생활권의 지속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