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5.3. 이혼의 두려움은 결혼을 막는가
출산 결정은 어느 날 갑자기 내려지는 선택이 아니라 독립, 주거, 혼인, 임신·출산, 돌봄 복귀가 이어지는 생활시간표 위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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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두려움은 결혼을 막는가?
결혼을 망설이는 마음에는 여러 층이 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결혼자금, 주거, 일자리, 출산과 양육 부담이다. 그러나 결혼은 단지 비용을 감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와 긴 시간을 함께 살겠다는 약속이고, 그 약속이 실패할 가능성까지 떠안는 선택이다. 그래서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는 “결혼할 수 있을까”만큼이나 “잘못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도 중요해진다.
이혼에 대한 두려움이 결혼을 하지 않는 직접 원인인지 확인하려면 조심해야 한다. 사회조사의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서 이혼에 대한 두려움이 핵심 항목으로 크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2024년 사회조사에서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결혼자금 부족, 출산과 양육 부담, 고용상태 불안정이 앞에 온다. 따라서 이혼의 두려움만으로 비혼 증가를 설명하면 과장이다. 다만 관계 실패의 위험이 결혼의 심리적 비용을 높이는 보조 요인인지는 따져볼 수 있다.
먼저 실제 이혼율을 보자. 여기서는 KOSIS DT_1B85009의 시도/성/연령별 이혼율을 사용했다. 이 표의 이혼율은 해당 연령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를 뜻한다. 30대는 30~34세와 35~39세, 40대는 40~44세와 45~49세를 단순 평균했다. 이는 세부 연령별 흐름을 한 장의 그림으로 읽기 위한 요약값이며, 인구가중 평균은 아니다.
30대와 40대의 성별 연령별 이혼율
CSV 다운로드30대는 30-34세와 35-39세, 40대는 40-44세와 45-49세의 해당연령 천명당 이혼율을 단순 평균했다. 남편과 아내는 각각 해당 성·연령 인구 천명당 이혼건수다.
그림은 결혼을 두려워하게 만들 만큼 30대 이혼율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지지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이후 30대의 이혼율은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장기적으로 완만하게 낮아지는 흐름을 보인다. 반면 40대의 이혼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구간을 오래 유지했고, 특히 남편 기준 40대 이혼율은 2024년에도 30대보다 높게 나타난다.
이 변화는 결혼이 더 불안정해졌다는 단순한 이야기보다, 결혼과 이혼의 시간표가 뒤로 밀렸다는 해석에 가깝다. 초혼연령이 높아지면 결혼생활의 주요 갈등과 해체 가능성도 더 늦은 나이에 관측된다.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서도 평균 이혼연령은 남자 50.4세, 여자 47.1세로 나타난다. 젊은 시기의 결혼이 곧바로 깨지는 사회라기보다, 결혼 자체가 늦어지고 결혼생활의 위험도 더 늦은 생애단계에서 나타나는 사회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는 이혼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을까. 2024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이혼에 대한 태도는 과거보다 훨씬 유연해졌다. “이유가 있으면 이혼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2014년 12.0%에서 2024년 20.5%로 높아졌다.
이혼 수용 인식의 변화
CSV 다운로드‘이유가 있으면 이혼을 하는 것이 좋다’ 응답 비중의 추세다. 2024년에는 20.5%로 2014년 12.0%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이 수치를 “사람들이 이혼을 쉽게 생각한다”는 뜻으로 읽으면 안 된다. 2024년에 가장 큰 응답은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로 48.2%였다. 즉 다수는 이혼을 적극 권장하기보다, 사유와 상황에 따라 판단할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혼에 대한 태도는 도덕적 금지에서 조건부 수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년 집단별 이혼에 대한 견해
CSV 다운로드부정은 ‘이혼해서는 안 된다’, 중립은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긍정은 ‘이유가 있으면 하는 것이 좋다’ 응답이다.
집단별 차이는 더 흥미롭다. 2024년 미혼 여성 가운데 “이유가 있으면 이혼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31.6%이고,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응답은 53.5%다. 두 응답을 합치면 미혼 여성의 85.1%가 이혼을 절대 금지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미혼 남성도 긍정 23.3%, 중립 49.9%로, 73.2%가 조건부 수용의 영역에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이혼을 실패의 낙인으로만 보지 않는 태도가 강하다.
이 결과는 역설적이다. 이혼에 대한 사회적 수용이 높아졌다면, 이혼의 낙인이 무서워 결혼을 피한다는 설명은 약해진다. 적어도 공개된 인식자료만 보면, 젊은 세대는 이혼을 과거보다 더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결혼이 줄어드는 이유는 이혼 자체의 낙인보다 결혼생활이 요구하는 장기 부담, 관계 안에서의 역할 불균형, 출산과 양육 이후의 경력 위험, 주거와 소득의 불안정이 한꺼번에 결혼 선택을 무겁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그렇다고 이혼의 두려움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결혼을 하려면 관계가 실패해도 삶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다는 안전감이 필요하다. 주거가 한 사람 명의에 묶여 있고, 돌봄 책임이 한쪽에 집중되며, 경력단절과 양육비 부담이 특정 성별에 더 크게 남는다면 이혼 가능성은 결혼 이전부터 위험으로 계산된다. 이혼의 두려움은 이혼율의 높고 낮음보다,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할 비용이 얼마나 불평등하게 배분되는가에서 커진다.
따라서 정책적 결론은 결혼을 더 강하게 권유하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선택해도, 선택하지 않아도, 그리고 결혼이 끝나도 삶이 회복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양육비 이행, 한부모 지원, 주거 안정, 경력단절 방지, 돌봄의 공동책임, 관계 폭력으로부터의 안전은 모두 결혼정책의 바깥 문제가 아니다. 결혼을 덜 위험한 선택으로 만드는 사회가 되어야 결혼도, 출산도, 가족도 더 자유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